동자승을 소재로 한 코믹한 작품
스님과 세 동자승. 벌로 손을 들고 있는 두 동자승은 스님 눈치를 보느라 말은 못하지만 눈에 불만이 가득하다. 또다른 동자승은 ‘휴우∼’, 겨우 벌을 면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아 보인다. 어떤 사연일까?
허경혜(51·사진)의 토우(土偶) 전시회 ‘산사 이야기’가 11일부터 20일까지 서울 견지동 조계사 문화교육관에서 열린다. 토우는 원래 옛 무덤에 부장품으로 묻혀 있는 인물상을 의미하지만 요즘에는 흙으로 빚어 굽는 다양한 형상을 포함한다.
이 전시회에는 천진난만한 동자승의 모습을 그린 작품 108점이 출품됐다. 작품들의 제목은 따로 없다. 관람객들이 작품을 보면서 자유롭게 상상하고 즐겨달라는 취지다.
허경혜는 “아직 토우가 미술 장르로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이번 전시회를 통해 흙으로 빚어내는 토우의 아름다움과 소박함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작가 허경혜씨
그가 토우작가가 된 것은 84년 유학간 남편 뒷바라지를 위해 일본에 갔다 지점토를 배운 것이 계기가 됐다. 지점토로는 무언가 부족했다. 우리 흙을 통해 우리의 삶을 빚어보기로 결정한 것.
이번에 출품된 작품들은 경남 산청의 거친흙인 ‘산청토’를 재료로 1200도의 가마에서 구워낸 것이다.
허경혜는 ‘허경혜 인물도예전’ ‘2000 부산아시아 단편영화제 기념 한국 인물 토우전’ 등을 통해 1900년대 초반 한국인의 삶과 동자승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그는 이번 전시회가 끝나면 경남 양산의 대성암에 500 나한상을 토우로 조성할 예정이다. 02-732-2115
김갑식 기자 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