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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슛~골"은 만국 공통어…월드컵 중계열기 후끈

입력 | 2002-06-07 18:29:00

덴마크 DR방송의 캐스터와 해설자 (사진:대구=김수경기자)


그라운드에서 ‘축구전쟁’이 한창 계속되는 동안 그라운드 밖에서는 전세계 방송사의 ‘중계 전쟁’이 펼쳐진다. 덴마크와 세네갈 전이 열렸던 6일 대구, 낮 최고 기온이 섭씨 33도까지 올라가는 무더위 속에 그라운드 밖에서 펼쳐진 치열한 ‘방송전쟁’의 현장을 취재했다.

#오전 11시 KBS HDTV 중계차량

다섯 명이 있기에도 비좁은 중계차 안. 월드컵 개막과 함께 ‘팔도유람’을 시작한 KBS 스포츠 중계팀원들이 중계 준비에 분주하다.

“지금 울산에서 넘어오는 길입니다. 내일은 중계차 끌고 목포로 가서 배타고 서귀포로 넘어가야 해요. 가족 얼굴이 서서히 가물가물하네요. 빨래감은 쌓이고….”

월드컵 개막 이후 이들은 서울 대구 제주 인천 등지를 돌아다니며 ‘유랑 생활’을 하고 있다. HD(고화질)방송은 각 방송사가 자체 제작하기 때문에 관중들이 경기를 즐기는 동안 이들은 방송사고를 경계하며 노심초사한다.

“경기장에 가도 카메라가 어디에 있는지, 화면을 볼 때도 어떤 각도에서 잡았는지, 이런 것만 보여요. 선수들의 움직임이나 승패는 안중에도 없어요.

#오후 1시반 중계석

경기 시작까지는 두시간 남았으나 중계석에는 18개국 23개 방송사의 아나운서와 해설자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들의 옷은 정장이 아니라 각양각색. 특히 화면에는 상반신만 나오기 때문에 하반신은 자유 복장이다. 더위 때문에 맨발에 샌들을 신고 있는 이들도 많다. 이들은 앉자마자 보도 자료에 밑줄을 그으며 발음하기 낯선 외국 선수의 이름을 익히느라 바빴다.

3시반. 경기 시작을 알리는 주심의 휘슬 소리가 길게 들렸다. 그 순간, 덴마크 일본 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 방송의 캐스터와 해설자들이 일제히 떠들면서 중계석은 세계 언어의 전시장이 됐다.

특히 경기 당사자인 덴마크의 DR방송사 중계석은 더욱 열기가 뜨거웠다. 중계 캐스터와 해설자는 내내 다리를 떨거나 벌떡 일어서는 등 긴박한 순간들이 몸짓에 그대로 드러났다.

중계석에서 만국 공통어는 ‘슈웃’ ‘고올∼인’이다. 골인이 되는 순간 만큼은 세계 각국 중계팀이 같은 소리를 낸다. 전반 16분 덴마크의 욘 달 토마센이 패널티 킥을 성공하자 각국의 캐스터들은 일제히 ‘슈웃∼골’을 합창했다. 당사자인 덴마크 중계팀은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지르고 부둥켜 안았다.

하프타임이 되자 이들은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었고 곳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보였다. 중계석내 흡연은 금지돼 있으나 선수들만큼이나 초조한 이들에겐 금연 사인이 통하지 않는다. KBS 중계팀의 한 스태프는 “브라질과 터키 전에서는 터키 방송의 아나운서는 앉은 자리에서만 담배 2갑을 피우더라”고 귀뜸했다.

세네갈측은 현장을 중계하는 방송 팀은 보이지 않았으나 취재진은 다섯명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들은 후반 7분 자국의 살리프 디아오가 동점골을 넣자 볼펜을 던진채 자리에서 일어나 아프리카의 토속 춤 동작을 보여주기도 했다.

현장에서 냉정함을 유지하는 이는 카메라 맨. 경기장 곳곳에 자리잡은 20여대의 카메라와 이를 조작하는 카메라맨은 골의 흐름을 따라 군무(群舞)를 추듯 움직였다. 이들은 골이 네트를 가르든 골포스트를 맞고 나오든,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김수경 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