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창작물을 놓고 특정 집단이나 개인이 과도하게 항의 표시를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문화란 자유로운 상상력을 기반으로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인데 집단의 이익과 결부시켜 멋대로 재단한다든지 법적 제재를 가하는 것은 문화를 위축시킬 우려가 높은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예외는 있다. 창작물의 내용이 사회의 건강성을 해치고 객관적으로 사회구성원들이 용인할 수 없는 경우가 그에 해당한다.
현재 방영중인 MBC TV의 수목드라마 ‘로망스’가 교권을 침해했다며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이 반발하고 나섰다. 교총은 방송국에 항의 방문도 검토중이라고 하니 ‘창작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례의 경우 교원단체의 반발은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다양한 직업이 등장하는 TV드라마에서 관련 이익단체들이 집단이기주의의 발로로 항의를 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번은 그와 성격이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젊은 여교사와 남자 고교생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이들은 여관에 함께 투숙하는가 하면 교실에서 키스를 나누는 장면도 방영됐다. 이런 내용이 극장 등 제한된 공간이 아닌, 온 가족이 함께 시청하는 ‘안방극장’에서 과연 ‘표현의 자유’라는 울타리 안에 보호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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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과 삼각 관계에 빠진 여학생이 교사를 신문사에 제보하며 학생들이 이 교사의 수업을 거부하고 달걀 세례를 보내는 극중 장면은 요즘 ‘교실 붕괴’ 문제와 관련해서도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 이런 내용들은 전파의 공공성과 TV가 지니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지나친 선정주의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이 드라마뿐만 아니라 최근 TV의 과열 시청률경쟁에 대해 각계는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방송 매체들은 이번 교육계의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