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축구팀의 10일 결전을 앞두고 자칫하면 양국 관계가 손상될 것 같은 분위기가 감돌아 걱정이다. 인터넷에 반미 감정을 부추기는 글이 오르는가 하면 대학가에는 반미 응원단까지 등장했다. 청와대는 우발적 행동을 자제해 달라는 당부를 관련 단체에 보내고 경찰은 경기 전후에 과격한 반미적 행동이 나타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니 상황이 심각한 것 같다.
물론 미국에 대한 비판을 무조건 나무랄 수는 없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권위적 일방주의, 주한미군의 범죄, 동계올림픽 때의 ‘오심 소동’ 등 미국 스스로 그 원인을 제공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특정국가에 대한 감정 표현은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한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정정당당하게 실력을 겨루는 월드컵이 일부 국민의 집단적인 미국 비판 무대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대통령의 경기 관람을 만류하고 경기 후의 사태를 걱정한 주한 미국대사가 사석의 농담이기는 하지만 “차라리 미국팀이 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야 하는 현재의 상황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경기 시작 전부터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경기장에서는 수만명의 관중이 상대팀 선수들이 위협을 느낄 정도로 ‘위력’을 과시하자는 일부의 제안은 개최국의 긍지와 페어플레이 정신을 포기하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16강 진출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상대방에 부담을 줘 우리 팀이 승리하도록 하겠다는 생각은 애국심이 아니라 쇼비니즘에 불과하다.
미국과의 경기는 다른 경기와 마찬가지로 공정하고 동등한 조건에서 치러져야 한다. 우리 관중이 응원의 범위를 넘어서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우리 선수들도 그런 ‘비정상적 응원’은 바라지 않을 것이며 대다수 국민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심지어는 미국팀이 승리한다 해도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주는 관용의 정신이 필요하다. 거리의 응원단도 1차전 때처럼 성숙한 시민정신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