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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빈곤퇴치기금’ 합의 결렬

입력 | 2002-06-07 18:29:00


5일부터 사흘간 인도네시아 발리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지속가능발전 세계정상회의(WSSD) 제4차 각료급 준비회의가 빈곤퇴치기금 신설 등 행동계획에 대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의 이견으로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7일 밤 폐막됐다.

이에 따라 참가국들은 9월전까지 이번 회의의 속개회담을 개최하거나 9월초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는 세계정상회담에 앞서 실무회의를 열어 현안에 대한 마지막 일괄타결을 시도하기로 했다.

참가국들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하루 1달러 이하의 생계비로 생활하는 전세계 12억명의 빈곤층을 2015년까지 절반으로 줄일 것에 동의했으나 이를 위해 선진국들이 출자하는 빈곤퇴치기금의 신설에는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77그룹을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들에 의한 빈곤퇴치기금의 신설을 요구했으나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들은 빈곤퇴치기금은 자발적으로 추진되어야 하며 직접적인 원조보다는 민간투자가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선진국들은 또 인권, 부패방지, 법치주의, 의사결정의 투명성 등 국내 관리체제의 개선이 개도국 지원의 선결조건이라며 개도국들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새로운 기금의 지원은 어렵다고 주장한 반면 개도국들은 이를 내정간섭의 문제로 규정하며 반발했다.

또 EU는 대체에너지의 사용비율을 2010년까지 15%까지 늘릴 것을 요구했으나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국가들은 “실질적인 달성이 어렵다”는 이유로 목표 설정에 반대했다.

베네수엘라 이란 등 산유국이 주도하는 77그룹은 이번 회의에서 대체에너지와 함께 화석연료의 중요성도 강조하며 목표연도의 삭제 또는 대체에너지 확대의 이행을 선진국에 국한할 것을 주장했다.

개도국들은 공적개발원조(ODA) 비율을 의제21에 명시된 대로 국민총생산(GNP)의 0.7%로 한다는 목표를 2010년까지 달성하도록 주장했으나 선진국들은 금년 상반기에 열린 몬트레이 개발재원회의에서 달성 목표연도를 설정하지 않았다며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기후변화와 관련, 미국의 탈퇴에도 불구하고 1997년 채택된 교토의정서를 금년 중 발효되도록 노력하는 문제를 비공식 그룹에서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반면 이날 회의에서는 △화학물질 관련 협약 비준을 촉구함과 아울러 발효시기를 2004년 이내로 하기로 확정하고 △2012년까지 어류 산란장소 등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해양법에 맞추어 해양보호구역을 설정하며 △불법 과잉조업에 기여하는 수산보조금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관련 사항을 논의하기로 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폐지하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번 회담에는 전세계 153개국의 환경장관, 정부 관계자, 국제기구 및 환경단체 대표 등 6000여명이 참여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김명자(金明子) 환경부 장관 등 21명의 정부대표단이 참가했다.

이번 회의와 별도로 8일 오전 클라우스 퇴퍼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의 주재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몽골의 환경장관이 참여하는 동북아 환경장관회의가 열려 황사 방지 등을 위한 지구환경기금(GEF)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한다.

발리〓정성희기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