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에 이어 미국도 6일 러시아에 대해 시장경제 지위를 부여할 것이라고 발표해 92년 시장개혁 착수이후 10년 만에 러시아의 세계경제 편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앞당겨지고 최근 부쩍 활발해진 외국 기업들의 대 러시아 투자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돈 에번스 미국 상무장관은 “러시아가 (92년 시장개혁 착수 이후) 지난 10년 동안 이룬 눈부신 경제적 변화를 반영해 러시아에 시장경제 지위를 부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크렘린궁은 “미 상무부의 발표에 앞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이 같은 사실을 미리 전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부시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러시아에 대해 시장경제 지위를 부여해 주길 강력히 희망했으나 부시 대통령은 “미 국내법이 정한대로 따를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했었다.
러시아 언론은 “이번 결정으로 러시아는 미국과의 무역 분규에서 미국의 다른 주요 교역상대국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게르만 그레프 러시아 경제무역장관은 국영 RTR방송과의 회견에서 “그동안 미국이 러시아의 시장경제 지위 인정을 미뤄 러시아의 금속, 핵연료, 비료, 티타늄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연간 15억달러의 수출손실을 입어 왔으나 이제 이 같은 차별이 없어지게 됐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그는 “이번 조치는 러시아에서 진행돼 온 개혁에 대한 상징적 인정이자 하나의 신호로서 (외국자본의) 대 러시아 투자에 매우 유리하게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푸틴 대통령도 “미국의 결정이 양국 경제관계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며 환영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EU 정상회담에서도 로마노 프로디 EU 집행위원장은 “러시아에 시장경제 지위를 부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러시아와 WTO 사이의 가입 협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미 마이크 무어 WTO 사무총장은 “러시아의 WTO 가입이 예상보다 빨라져 내년 중순경 가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저조했던 러시아에 대한 외국 기업들의 투자도 재개될 전망이다. 이미 펩시콜라, 제너럴모터스(GM), 포드자동차가 올해 중 신규 투자에 들어갈 예정이며 월마트 등은 러시아 진출을 위한 사업 타당성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시장경제국 지위란?▼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전세계 국가를 시장국가와 비(非)시장국가로 나눠서 법규로 규정해 통상에서 차별을 두고 있다. 특히 통상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비시장국가는 더 큰 불이익을 당한다. 지금까지 러시아가 미국의 반덤핑 조치를 자주 당했던 것도 ‘시장국가지위’가 없어서였다. 러시아는 국내의 에너지 가격 등이 국제시장보다 현저히 낮다는 등의 이유로 시장지위국가를 얻지 못해왔다. 이번 미국 상무부의 결정이 최종적인 것은 아니며 의회의 동의를 얻는 절차를 밟아야 완성되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EU는 지난달 러시아에 시장경제 지위 부여를 약속했지만 아직 후속조치는 나오지 않았다.
러시아 시장개혁 일지1987년 1월합영법 제정. 외국기업 합작투자 허용1987년 2월협동조합법 제정. 일부 사기업 허용1992년 1월시장경제 전환(가격자유화, 국영기업 사유화, 무역자유화)1993년 12월새 헌법에서 토지 소유와 자유매매보장1996년대규모 국영기업 사유화1998년 8월금융위기로 채무지불정지 선언 1999년경제성장률 플러스(3.2%)로 전환2001년 10월토지거래 허용 토지법 발효 2002년 5월EU, 러 시장 경제 부여 발표2002년 6월 미, 러 시장 경제 부여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