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 단속하는 일본경찰
월드컵을 보러온 각국의 서포터스들은 한군데로 모이길 좋아한다. 모여야 힘도 되고 즐겁기 때문이다. 서포터스들의 집합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는 곳이 도쿄(東京) 제일의 유흥가 롯폰기(六本木)다. 이 때문에 롯폰기는 요즘 ‘밤의 스타디움’으로 불리고 있다. 매일밤 자국의 유니폼을 입은 서포터스들이 국기를 흔들고 구호를 외치며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7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일본에서 시합을 치르는 15개국(일본 제외)의 서포터스중 롯폰기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나라는 9개국. 그 중에서도 서포터스가 많기로는 아일랜드가 단연 최고다. 이들의 본거지는 아일랜드계 맥주집으로 매일밤 손님이 넘쳐나 길거리까지 점거하고 있다. 종종 옆의 라면집까지 ‘점령’해 맥주를 마신다.
아일랜드와 맞먹는 것이 잉글랜드. 이들이 본거지로 삼고 있는 영국식 맥주집이 바로 아일랜드 맥주집 근처여서 두 나라의 기세는 등등하다. 잉글랜드인들에게 섞여 즐겁게 지내고 있는 ‘이방인’이 스웨덴 서포터스다. 롯폰기에서는 이들 3개국을 ‘롯폰기 스타디움’의 ‘3대세력’이라고 부른다.
의외로 축구 강국이자 경제대국인 독일인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주일 독일대사관의 게오르그 슈미트(월드컵 담당)는 “다른 곳에 있을지도 모르지만 원래 많이 오지 않았다”며 “4년후에 독일에서 월드컵이 열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일 나이지리아 대사관측은 “희망자는 많았지만 일본측이 비자를 내주지 않아 20,30명밖에 오지 못했다”며 불평했다. 아르헨티나도 많지 않다. 표를 산 사람이 700여명에 불과해경제위기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롯폰기는 훌리건 소동을 막기 위한 경찰의 최우선 경비지역이다. 언제나 서포터스들끼리 충돌할 가능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바라키(茨城)에서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전, 사이타마(埼玉)에서 잉글랜드와 스웨덴전이 열렸던 2일 밤에는 2000여명의 경찰이 동원됐다.
롯폰기가 외국인에게 각광을 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도쿄에는 가부키초(歌舞伎町)라는 또다른 유명한 유흥가가 있지만 롯폰기만큼 ‘국제적’이지 않다. 롯폰기는 평소 마약밀매, 불법매춘, 호객행위 등의 문제점은 있지만 웬만한 외국어는 거의 다 통하기 때문에 외국인들은 가부키초보다는 이곳을 선호한다. 경찰은 월드컵이 열리기 직전 이곳을 불시 단속해 마약밀매자와 흉기소지자 등을 검거하기도 했다.
외국인들이 몰려 들면서 쓰레기 방치나 고성방가, 취객추태 등의 문제점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바로 이게 월드컵 아니겠느냐”며 큰 사고가 없는한 눈감아 주겠다는 태도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