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장애인의 다리가 되어….”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는 중증 장애인들이 고교생들과 장애인 봉사단체의 도움으로 지리산 노고단 정상에 올랐다.
6일 오후 지리산 노고단.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이 된 휠체어 장애인 22명은 해발 1507m의 노고단 정상에 오르는 순간 “와”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이들은 3시간여 동안 70㎏이 넘는 휠체어를 들고 산에 오른 학생들과 장애인 봉사단체 회원들을 얼싸안고 등반의 기쁨을 나눴다.
1급 중증 지체장애인인 조민덕씨(29·여)는 “가파른 비탈길을 올라 갈 때 두렵기도 했지만 정상에 서보니 너무 기뻤다”며 “하늘이 이처럼 파란 줄은 몰랐다”며 환하게 웃었다.
휠체어 장애인들의 지리산 등반행사는 이번이 6번째. 서울의 장애인 봉사단체인 한벗장애인이동봉사대가 바깥 나들이가 쉽지 않은 장애인들에게 등산을 통해 재활의지를 북돋아주기위해 1997년부터 매년 행사를 갖고 있다.
지리산 자락의 전남 구례고는 이동봉사대의 ‘장애인 사랑’에 동참하기 위해 98년부터 50∼60명의 학생들을 보내 이들의 산행을 돕고 있다.
구례고 3년 박종현군(18)은 “장애인들이 몸집을 줄이기위해 등반 3일 전부터 밥도 먹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며 “교실에서 배울 수 없는 진정한 땀의 의미를 체험하는 소중한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구례〓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