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시대에도 불구하고 각 국의 축구 스타일 차이를 파악하기가 어려워졌다고 한다. 이는 한국과 일본도 마찬가지. 양국의 이번 대회 첫 경기를 분석한 Opta(영국의 축구 데이터 회사)의 수치를 살펴보면 이러한 경향을 알 수 있다.
지금의 한국은 92년 일본이 첫 외국인 감독 오프트를 초빙했을 때를 떠올리게 한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한국 국가대표팀의 첫 외국인 감독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 축구협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초빙된 점에서 당시 오프트 감독 지휘아래의 일본 대표팀과 비슷한 상황이다.
우연히도 이 두 감독 모두 네덜란드 사람이다. '아이콘택' '트라이앵글 어택(삼각 공격)'등 기본에 충실한 오프트 감독과 세계 최정상의 전술로 무장한 히딩크 감독은 서로 활약해온 무대는 다르지만, 한일 양국 축구의 전환기를 담당했다는 점은 같다.
한국 축구는 대변혁을 했다. 지금까지 일본 축구팬들은 한국 축구를 '크로스패스', '체력승부', '높이와 스피드'등으로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폴란드와의 첫 경기에서 강력한 프레싱으로 미드필드를 장악하며, 재빠른 공수전환으로 속공을 펼쳤다. 히딩크 감독이 98년 프랑스대회에서 네덜란드를 이끌고 4강에 진출했던 당시의 그런 축구였다.
일본의 미드필드 장악력도 정평은 나 있지만, 현재 한국이 추구하는 방향도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폴란드전 데이터를 보면 짧은 패스(220개)가 긴 패스(102개)보다 약 2배정도 많았다. 긴 패스대 짧은 패스의 비율은 일본과 벨기에전보다 높았다. 또한 슛까지 연결된 패스 횟수도 많았다.
'테크니션'인 나카야마(요코하마)가 대표에서 탈락한 것처럼 체력과 수비가 부실한 선수를 미드필더에 발탁하지 않는 것도 일본과 비슷하다. 고종수는 작년 컨페더컵 이후 엔트리에서 빠졌고, 윤정환(세레소 오사카)도 선발로는 뛰지 못했다.
포르투갈의 피구는 "한 나라의 축구 특색을 한 마디로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한국이 이런 축구스타일로 오랜 숙원인 월드컵에서 1승을 거둔 것도 세계적 조류를 수용한 결과이다. 또한 이는 현대 축구에서 이기기 위해선 이것밖에 없다는 하나의 흐름을 나타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