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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과이 ‘골넣는 골키퍼’ 칠라베르트 헛손질

입력 | 2002-06-07 23:44:00

칠라베르트(右)가 7일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프리킥을 날리자 이를 막는 스페인 선수들이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다.


파라과이의 ‘골 넣는 골키퍼’ 호세 루이스 칠라베르트(37·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비록 경기는 졌지만 하프라인을 넘나들며 공격에 깊숙이 가담하는 그의 인기는 단연 압권이었다.

남미지역 예선 브라질전에서 호베르투 카를루스의 얼굴에 침을 뱉어 징계를 받는 바람에 남아공과의 첫 경기를 뛰지 못한 칠라베르트는 7일 조별리그 2차전에 첫 등장, 한풀이라도 하려는 듯 바쁘게 움직였다.

전반 10분 파라과이의 선제골도 그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자기 진영 중간에서 깊숙이 차 준 프리킥이 프란시스코 아르세의 슛으로 연결돼 결국 상대팀의 자책골을 엮어낸 것.

자신감을 찾은 칠라베르트는 이후 하프라인 부근의 프리킥을 도맡아 처리한 뒤 1m94, 89㎏의 거구를 이끌고 허둥지둥 문전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서너차례나 관중들에게 보여줬다.

후반 24분경 상대진영 페널티지역 바로 앞에서 얻은 프리킥을 왼발로 정확히 차 스페인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의 간담을 서늘케 할 때는 그의 개인통산 59번째 득점을 기대했던 카메라맨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그러나 역시 지나치면 모자라는 것만 못한 것일까. 후반 동점골을 허용하고 나서 공격에 나서는 일이 많아지면서 다소 판단이 흐려진 듯 스페인 프란시스코 데 페드로의 왼발 센터링을 놓쳐 두 번째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여명의 파라과이 응원단들은 최선을 다한 뒤 쓸쓸히 경기장을 나서는 ‘괴짜 골키퍼’에게 변함 없는 박수를 보냈다.

칠라베르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튀는 행동’에 대해 “가끔씩은 (상대팀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다른 움직임을 보여야 할 때가 있다”고 간단히 말했고, 파라과이의 체사레 말디니 감독은 이날 칠라베르트의 실수에 대해 “누구나 실수는 하는 법”이라며 변함 없는 믿음을 보였다.

전주〓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