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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스타]‘왼발의 마술사’ 카를루스

입력 | 2002-06-09 00:14:00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기관이 설문조사를 했다. ‘브라질 대표팀에서 없어서는 안될 선수는 누구일까’였다. 스타군단이라는 브라질에서 누가 과연 영예의 1위를 차지했을까. 히바우두, 호나우두가 먼저 떠오르지만 아니었다. ‘축구가 종교’라는 브라질 축구팬들은 다름 아닌 왼쪽 윙백 호베르투 카를루스(29)를 지목했다.

8일 열린 중국전에서 카를루스는 왜 자신이 꼭 필요한 존재인가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흥겨운 삼바리듬이 그의 왼발에서 비로소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중국의 밀집수비에 막혀 답답한 플레이를 펼치던 브라질은 전매특허인 카를루스의 왼발 프리킥 ‘한방’에 공격의 물꼬를 시원스럽게 텄다.

전반 15분 호나우디뉴가 프리킥을 얻었다. 히바우두와 호나우두가 잠시 골 옆에 서있었으나 카를루스가 멀리뛰기하듯 달려가 왼발로 그야말로 대포알 같은 슈팅을 날렸다. 중국의 5명 수비벽을 꿰뚫은 ‘피버노바’는 골대 왼쪽 모서리로 휘어져 들어갔다. 브라질의 골 폭죽을 알리는 신호탄이 터지는 순간 목이 터져라 함성을 지르던 1만5000여 중국 관중의 함성은 쑥 들어갔다. 카를루스는 양팔을 번쩍 들며 동료들과 얼싸안고 마음껏 기쁨을 누렸다.

이날 카를루스는 1m68의 작은 키로 전후방을 쉴새없이 오가며 공수 양면에 걸쳐 눈부시게 활약했다. 절묘한 센터링을 올리는가 하면 악착같은 태클로 중국의 득점 기회를 번번이 날려버렸다. 또 부상으로 넘어진 중국 선수를 여러 차례 일으켜 주는 수준 높은 매너를 보였다.

‘왼발의 마술사’ ‘UFO 슈팅’으로 불리는 카를루스는 96년 스페인의 명문 레알 마드리드 입단 당시 2002년까지의 장기계약에 1억달러나 되는 몸값을 챙기며 팀을 3차례나 유럽챔피언스리그 정상으로 이끌었다.

서귀포〓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