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도 하얀 피부가 좋아요.”
해마다 여름이면 가무잡잡한 피부를 위해 ‘태닝’을 하던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 태닝은 ‘한물’ 가고 화이트닝이 유행이다. 하얀 피부를 지키기 위해 피부과를 찾아 화이트닝 시술을 하거나 미백전용 화장품을 쓰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인 것.
▽피부과의 화이트닝 시술〓피부과에서는 화이트닝을 블리칭(bleaching·탈색)이라 부르지만 화장품 등에서 화이트닝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일반인에게는 화이트닝이라는 단어가 더 친숙하게 됐다.
화이트닝 즉 피부미백은 기미나 주근깨 등의 잡티를 없애고 피부를 본래의 색으로 되돌리는 것. 사람이 태어날 때의 피부색은 자신의 엉덩이 색을 보면 알 수 있다. 종로 S&U 피부과 여운철 원장은 “화이트닝은 여러 원인으로 손상된 피부의 잡티를 제거하고 색을 밝게 만들어 자신의 타고난 피부색에 가깝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부과 시술을 받는다고 원래 피부가 검은 사람이 하루아침에 ‘백설공주’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
피부과에서 시술하는 화이트닝에는 박피나 비타민 C 전기영동투입(바이탈 이온트)이 있다. 최근에는 박피를 한 뒤 비타민 C투입을 하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많아 병행하는 추세.
박피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초음파와 글리콜산을 이용해 각질층과 표피 상부만 벗겨내는 스킨 스케일링은 시술 뒤 바로 세안과 화장이 가능하나 한 번에 효과를 볼 수는 없다. 미세한 크리스털 입자를 사용해 피부를 세밀하게 갈아내는 크리스털 필링도 사용된다. 둘 다 1회에 15만∼20만원.
요즘 인기있는 해초박피는 해초 추출물을 얼굴에 바르고 마사지하는 것. 시술시 가벼운 통증이 있고 2, 3일 후에는 각질이 일어난다. 비용이 50∼80만원으로 비싼 것이 흠.
박피를 하면 피부색을 결정하는 멜라닌 색소가 제거된다.
비타민 C 전기영동투입은 비타민 C를 이온화해 전기를 통해 피부에 넣어주는 방법. 비타민 C는 먹는 것보다는 바르는 것이, 바르는 것보다는 전기로 넣어주는 방법이 더 피부에 잘 흡수된다. 비타민 C는 멜라닌 색소 생성을 억제하고 산화된 멜라닌을 환원해 색깔을 밝게 해 준다. 비용은 회당 6만∼10만원.
화이트닝 치료를 받으면 자외선에 대한 자체 방어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으므로 치료를 받은 뒤에도 자외선 차단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생활 속 화이트닝〓수많은 화이트닝 화장품이 있지만 사용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불법으로 유통되는 일부 제품에는 수은이 들어 있기도 하므로 꼭 믿을 만한 회사의 제품을 고른다. 비타민 C가 들어 있는 화이트닝 제품이 많이 있지만 얼마나 흡수될지는 알 수 없다. 요즘 AHA(alpha-hydroxy acid) 성분의 화장품이 많이 나오는데 AHA는 피부각질세포를 제거해 피부를 부드럽고 밝게 하는 효과가 어느 정도 있다. 화이트닝을 목적으로 한 화장품은 지속적으로 사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미 생긴 잡티를 없애기보다는 생기지 않도록 ‘예방’한다는 측면이 강하다.
실제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외선 차단. 자외선 차단지수(SPF)가 높을수록 자외선 차단 효과는 높지만 피부에 대한 자극도 커지므로 SPF30 안팎의 제품이 좋다. 또 SPF는 빛이 얼마나 많이 차단되느냐 하는 것이지 지속시간과는 관련 없으므로 2∼3시간마다 덧바른다. 흐리거나 안개 낀 날에도 바른다.
녹차는 식물 중에 비타민 C의 함유량이 가장 많으므로 녹차를 우려낸 물에 세안하거나 얼굴에 차가운 녹차 티백을 10∼20분간 올려놓는 것도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된다. 레몬팩은 기미나 주근깨를 차츰 옅어지게 한다. 레몬즙 1큰술을 우유나 밀가루 2큰술과 섞어 얼굴에 바르고 건조되면 떼어낸다.
테마 피부클리닉 임이석 원장은 “스트레스 호르몬은 멜라닌 색소의 생성을 촉진하는 기능이 있으므로 ‘열 받지 말고’ 편한 마음을 갖는 것도 ‘하얗게 예뻐지는’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구릿빛 피부=건강미'는 오해…인공선탠도 해로워
검게 탄 피부는 ‘건강하다’거나 ‘섹시하다’고 받아들여져 일부러 태닝을 하는 사람이 많지만 실제로는 ‘건강의 적’이다. 자외선은 피부에 ‘백해무익’이기 때문.
급성반응은 피부가 붉어지고 화상을 입는 것. 일반적인 한국인의 피부는 여름 낮에 강한 햇살 아래서 1시간 정도 있으면 화상이 생기기 시작한다고 보면 된다. 만성적으로는 피부 노화를 촉진하고 암까지 유발한다. 한국은 피부암 발생률이 아직 낮지만 점차 증가 추세에 있다. 특히 어릴 때의 자외선 노출은 피부암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 그래서 피부과 의사들은 태닝을 가급적 하지 말 것을 권한다.
이같은 결과를 가져오기는 인공선탠도 마찬가지. 미국 피부과학회는 이미 인공선탠이 피부에 좋지 않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인공선탠을 하는 업체들은 자외선 B에 비해 일광화상을 입을 확률이 1000분의 1에 불과한 자외선 A만 쓰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광고하지만 자외선 A 역시 피부에 좋지 않다. 화상만 생기지 않을 뿐이지 피부에 더 깊이 침투해 멜라닌 색소를 증가시키며 잡티를 생성한다. 피부색을 검게 하고 싶다면 차라리 발라서 착색이 되게 하는 셀프 태닝 제품을 사용하는 게 오히려 낫다.
특히 항생제 이뇨제 혈당강하제 등을 복용하는 사람은 가끔 광(光)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피임약을 먹고 있다면 여성 호르몬의 작용으로 기미가 생긴다. 피부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태닝은 더욱 금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닝을 하다가 피부가 붉어지는 정도의 가벼운 화상을 입었다면 냉수와 찬 우유를 섞어 거즈나 화장솜에 적셔 피부를 찜질해 준다. 소염진통제나 국소 스테로이드 연고를 사서 발라도 되지만 물집이 생겼다면 병원 치료를 받는 게 좋다.
(도움말〓종로S&U피부과 여운철 원장)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