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프랑스월드컵의 부진을 잊은지 오래다.”
월드컵 5번째 우승컵에 도전하는 브라질대표팀의 스트라이커 호나우두(26·이탈리아 인터밀란·사진)가 4년전 프랑스대회에서의 아픔을 딛고 득점왕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호나우두는 이번 대회 초반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4골)와 덴마크의 신세대 골잡이 욘 달 토마손, 이탈리아의 크리스티안 비에리(이상 3골)간의 득점왕 경쟁 구도에서 한발 비켜선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는 첫 상대인 터키전에 이어 8일 중국전에서 한골씩을 뽑아냄으로써 브라질대표팀 부동의 스트라이커이자 득점왕의 유력한 후보중 하나임을 세계축구 팬들에게 각인시켰다.
대회전 잇단 부상으로 경기감각을 잊었을 것이라는 우려도 경기를 거듭할수록 줄어들고 있다. 두차례 경기에서 보여준 특유의 순발력과 현란한 발재간, 정확한 위치선정은 전성기의 기량에 못지않다는게 그를 지켜본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평가.
앞으로 상대 수비수들의 집중견제가 예상되지만 브라질에는 히바우두, 호나우디뉴 등 언제 어디서고 슈팅을 날릴 수 있는 선수들이 즐비해 98프랑스월드컵 보다 오히려 득점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
사실 호나우두는 이번 대회보다 98프랑스월드컵에서 유력한 득점왕 후보로 인정받았다.
96년과 97년에 연속으로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에 올랐던 호나우두는 당시 최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상대 수비의 집중방어에 득점이 3골에 그쳤다.
더욱이 프랑스와의 결승에서는 갖은 의혹속에 무기력한 경기를 펼쳐 팬들로부터 ‘큰 경기에 약한 종이호랑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그로부터 4년 뒤 호나우두는 분명히 달라졌다.
호나우두는 8일 중국과의 경기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회는 느낌이 좋다. 앞으로 경기당 한골씩을 넣겠다”면서 다부진 각오를 밝혀 앞으로 그의 움직임에 더욱 큰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