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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월드컵]‘꾀돌이’ 이영표가 살아났다

입력 | 2002-06-10 18:08:00


온 국민이 환희에 들뜨던 날 남몰래 눈물을 삼키던 ‘꾀돌이’ 이영표(25·안양 LG)가 이제 그 눈물을 다시 거둬들이고 있다.

이영표는 1일 팀훈련중 차두리와 충돌, 왼쪽 종아리 근육을 심하게 다치는 바람에 꿈에 그리던 본선 무대에 나서지도 못한 채 벤치 신세를 졌다. 히딩크 감독이 3일 외신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미드필드의 키플레이어이자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선수가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고 토로했을 만큼 그의 부상은 팀 전력은 물론 본인 스스로에게도 뼈아픈 재앙이었다.

하지만 이영표는 특유의 강한 정신력과 성실성을 바탕으로 재앙을 헤쳐나가고 있다. 9일 이영표를 따로 불러내 특별 훈련을 시키며 몸상태를 체크한 히딩크 감독은 “이영표의 회복 속도가 빨라 포르투갈전에는 뛸 수 있을 것”이라며 만족해했다.

이영표의 그라운드 복귀는 대표팀 전력에 ‘11분의 1’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낳는다. 무쇠같은 체력과 타고난 성실성, 안정감 있는 볼 트래핑, 현란한 드리블을 바탕으로 왼쪽 측면 돌파는 물론 플레이메이커, 수비 역할까지 1인 3역을 해낼 수 있기 때문. 히딩크 감독이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왼쪽 미드필더인 그를 따로 불러내 패스 타이밍 및 패스 방향, 패스 방법을 일일이 개인 지도한 것도 그만큼 그의 활약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이영표는 A매치 데뷔 무대였던 99년 6월12일 코리아컵 멕시코전 이후 만 3년간 지치지 않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대표팀 미드필드를 지켜온 그라운드의 살림꾼이다. 지난해 히딩크 감독이 첫 지휘봉을 잡은 이후에도 발목을 다친 10월 대구 전지훈련때를 제외하고는 늘 팀의 구심점에 서있었다.

그 모든 땀과 눈물의 종착지였던 2002월드컵축구 개막을 앞두고는 3월말 터키전과 4월말 중국전을 통해 자신이 바라던 왼쪽 윙백 자리를 되찾아 선배 이을용(부천 SK)과의 주전경쟁에서도 한 발짝 앞섰다.

뜻하지 않은 불운에 한동안 발목을 잡혔던 이영표의 각오는 그래서 더 남다르다. “포르투갈전 한 경기 출전으로는 억울하다. 한국의 16강, 8강을 이끌어 최소한 3경기는 더 뛰어야겠다”는게 그의 목표다.

대구〓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