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도 신용카드사의 과도한 수수료 문제를 둘러싸고 신용카드업계와 소매업계의 법정 싸움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게 됐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0일 신용카드업계 양대 산맥인 비자와 마스타카드의 상고를 기각하고 월마트가 이끄는 소매업계에 집단소송 원고 자격을 인정한 뉴욕연방고등법원의 판결을 지지했다.
월마트 등 400만 소매업체는 이들 신용카드 회사가 직불카드의 일종인 ‘데빗카드(debit card)’ 수수료를 과도하게 물림으로써 피해가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1996년 집단소송을 제기했었다. 데빗카드는 신용카드와 달리 쇼핑객이 돈을 자신의 은행 계좌에서 상인의 계좌로 직접 이체할 수 있다.
소매업체들은 비자와 마스타카드가 시장의 75%를 점유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자사의 데빗카드만 쓰도록 해 ‘울며 겨자먹기’로 높은 수수료를 지불해 왔다고 주장했다.
비자와 마스타카드사는 원고 집단이 방대해 관리가 불가능해 집단소송 원고가 될 수 없는 데다 소송액 1000억달러에 이르는 천문학적 규모여서 타협을 강요받고 있다는 이유로 2000년 뉴욕연방고등법원에 소를 제기했으나 기각되자 다시 연방대법원에 상고했던 것.
대법원의 이날 판결로 소매업계와 신용카드업계의 집단소송은 본격적인 손해배상심리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AP통신은 월마트 등 소매업계 측 변호사 로이드 콘스탄틴의 말을 인용해 “96년 이래 계류됐던 손해배상 심리가 8개월 안에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