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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지단, 너마저도…”

입력 | 2002-06-11 18:28:00

무너진 '세계 최강' - 인천AP연합


11일 오후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 강적 덴마크를 상대로 ‘탈락이냐, 기사회생이냐’는 절체절명의 승부를 걸어야 하는 프랑스팀의 스타팅 멤버가 발표되자 기자실에서는 “와∼”하는 함성이 일었다.

지네딘 지단은 곧 프랑스축구. 왼쪽 허벅지 근육 부상으로 2002월드컵 조별리그 1, 2차전에 결장한 프랑스 ‘아트사커의 지휘자’ 지단이 선발 명단에 포함됐기 때문. ‘지단 복귀〓메시아의 재림’으로까지 표현했던 프랑스 기자들은 승리가 확실하다는 듯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기도 했다.

이적료6440만달러(약837억원), 연수입 1360만유로(약 159억원)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몸값의 축구스타 지단이 운동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스탠드는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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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팀 훈련에 합류한 지 겨우 사나흘. 왼쪽 허벅지에 압박붕대를 칭칭 감고 나온 지단은 동료들과 호흡을 맞춰 볼 시간이 많지 않아선지 몸을 내던지는 투혼에도 불구하고 침몰직전의 ‘프랑스호’를 구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전 경기에서 퇴장당한 티에리 앙리와 경고누적으로 결장한 에마뉘엘 프티 등 호흡을 맞춰온 선수들마저 없는 상황에서 그의 위력은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비록 이날 경기의 최우수선수로 선정되는 ‘동정표’를 받았지만 고개를 푹 숙인채 그라운드를 떠나는 지단에게서 축구 ‘마에스트로(대가)’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자신의 부진이 곧바로 프랑스 축구의 쇠락으로 연결됐다는 자책감만 가득할 뿐이었다.

프랑스는 이날 경기로 94년 대표팀에 선발된 지단과 함께 해온 공식경기 무패행진(9승8무)을 마감하는 비운도 동시에 맛봐야 했다.

98프랑스월드컵 이후 2000유럽축구선수권대회와 2001컨페더레이션스컵 제패로 ‘트리플크라운’의 영예를 안았던 프랑스로서는 감히 상상조차 못했을 ‘참화’였다.

인천〓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