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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8월의 저편 44…42.195킬로미터 4시간54분22초(16)

입력 | 2002-06-11 18:30:00


왜 올림픽 경기장에 있는 것이지? 너는 대체 누구고! 큐큐 파파 큐큐 파파 그 때의 물음이 아픔이 되어

내게 되묻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큐큐 파파 다른 누군가에 의해 초래된 아픔(물음)이라 할지라도 너의 아픔(물음)은 너밖에 감당할 수 없다 아픔(물음)의 주인은 너니까 큐큐 파파 아픔(물음)에서 빠져나갈 길은 없다 한 걸음 한 걸음 아픔(물음)으로 돌아가라! 네가 누구와도 섞이지 않기 위해서 큐큐 파파 일본 사람과도 한국사람과도 섞이지 않기 위해 아파하라(물어라)! 아픔(물음)에서 해방을 구하지 말라! 아픔(물음)이 아픔(물음)인 한 아픔(물음)을 지속하는 길밖에 없다 스스로 아파하는(묻는) 것으로 그 아픔(물음)과 대치하는 것이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모두 잊어버렸다고 하면서도 손기정 씨는 할아버지에 대해 얘기해 주었다 둘이서 자기 이름을 빼앗기고 가슴에 일장기를 달고 뛰었던 시절 어느 대회에선가 트랙에서 할아버지가 손기정 씨에게 물었던 모양이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키가 커서 뛸 때 휘청거리는데 어떻게 하면 좋지? 큐큐 파파 운동화 바닥에 납을 넣고 연습하면 어떨까? 손기정 씨는 그렇게 조언해 주었다 큐큐 파파 할아버지의 머리 속에서는 늘 손기정 씨가 뛰고 있었을 것이다 할아버지가 중거리에서 장거리로 전향했을 무렵 큐큐 파파 손기정 씨가 베를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으니까 큐큐 파파 큐큐 파파 할아버지는 도쿄 올림픽이 무산된 1940년부터 손기정 씨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큐큐 파파 할아버지는 도망쳤다 징병 조국 가족 큐큐 파파

모든 것을 뿌리치고 질주하여 고독이란 골을 향했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나도 도망쳤다 집 학교 친구 연인 금방이라도 도망칠 수 있도록 온 몸에 잔뜩 힘을 주고 있었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다리를 다 건넜어요! 이제 유씨가 싫어하는 내리막길이네요. 온 몸에서 힘을 빼고, 그래요, 팔도 축 늘어뜨리고, 그래요, 그런 식으로.”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오른쪽으로 롯데 월드의 너구리가 보인다 어째서 너구리일까 피카츄는 새앙쥐 키티짱은 고양이 큐큐 파파 25킬로미터 지점 급수소다 큐큐 파파

“유씨, 물 마시면 되죠? 가져올게요.”

유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