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유권자들의 관심은 온통 월드컵 축구대회에 쏠려있는 듯하다. 하지만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후보와 민주당 후보가 접전을 벌이고 있고 충청권에서는 표밭을 사수하려는 자민련과 한나라당의 기세 싸움이 치열하다. 호남과 영남권은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각각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무소속이 어느 정도 선전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국의 표밭 기류를 권역별로 점검해본다.》
▼영남권▼
10일 부산역 근처 호프집에서 술을 마시던 50대 회사원 김모씨가 “한이헌(韓利憲·민주당 부산시장후보)이 경제를 잘 안다카던데”라고 말하자 친구인 자영업자 박모씨는 “근데, 한이헌은 와 ‘김대중당’으로 나왔노. 그래서 되겠나”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안상영(安相英) 부산시장후보의 ‘여직원 성폭행’ 진위 공방에 대한 부산 시민들 반응도 엇갈린다. 회사원 김모씨(35)는 “어떻게 여자들을 직장에 내보내나”라고 흥분했으나 자영업자 박모씨(53)는 “한이헌쪽은 와 그런 식으로 나오노”라고 말했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에 대한 부산 유권자들의 반응도 복잡하다. “부산이 낳은 노무현을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과 “노무현이가 지역감정 없앤다카는데 우리가 언제 지역감정 조장했나”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경남의 한나라당 정서는 부산보다 강한 편이다.
대구와 경북에서는 ‘후보자 따로, 유권자 따로’ 분위기가 역력하다. 대구의 회사원 이모씨(32)는 “다른 지역에서는 대통령 후보들이 선거 바람을 일으키지만 그런 것도 없고…”라고 말했고, 경북 포항의 한 기사식당 주인 김모씨(56)는 “하나마나한 선거 아닌교. 월드컵이나 볼랍니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박맹우(朴孟雨), 민주노동당 송철호(宋哲鎬) 후보가 접전을 벌이고 있는 울산시장선거에서는 지역구별, 직업군별로 지지 성향이 갈리고 있다. 현대자동차 근로자 이모씨(32)는 “우리도 제대로 대접 좀 받으려면 노동계 후보가 돼야 한다”고 말했으나 한의사 윤모씨(39)는 “‘빨간 조끼’만 봐도 가슴이 턱 막힌다. 송 후보가 되면 ‘노동자 공화국’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