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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농번기 선거 무관심 부채질

입력 | 2002-06-11 19:27:00


《“참으로 어려운 레이스였습니다.” 한 표라도 더 건지기 위해 ‘이삭줍기’에 나선 부산과 울산, 경남지역 출마자들은 11일 이번 선거전이 유난히 힘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월드컵 열기와 대선분위기, 무더위에다 농번기 등이 겹친 탓이다.》

▼"유세 시끄럽다"주민 냉담▼

▽유권자 무관심〓전국을 휩쓴 ‘대∼한민국’의 함성에 풀뿌리 자치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부산의 한 자치단체장 후보는 “가는 곳마다 월드컵 이야기를 꽃피우고 있어 유권자들에게 인사 건네기가 쑥스러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전이 끝난 10일 오후 6시경 울산 중구 우정동 선경아파트에서 마이크로 개인열설회를 하던 한 후보는 “좀 조용히 해달라”는 주민들의 항의에 급히 유세차량을 뺐다.

경기가 끝난 만큼 관심을 끌 것으로 생각했으나 주민들이 곧이어 벌어진 경기를 시청하면서 선거유세를 ‘소음’으로 간주했던 것.

아파트 단지 유세가 이처럼 냉대를 받자 후보들은 간선도로변에서의 출퇴근길 인사와 시장에서의 맨투맨식 인사, 기자회견을 통한 미디어 운동 등으로 유권자 관심끌기에 주력했다.

3선에 도전하는 경남의 한 도의원 후보도 “지난 2차례의 선거 분위기와는 판이하게 달랐다”며 “단체장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지방의원에 대한 무관심은 심각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울산의 한 정당 관계자는 “선거운동원들이 지방의원에 더 관심을 가져 시장선거 캠프에서는 일선 운동원들을 통제하기가 어려웠다”고 다른 주장을 폈다.

특히 각 후보 캠프에서는 “연초부터 과열된 대선분위기에 지방선거가 매몰됐다”는 불만도 터져나왔다.

이같은 무관심이 ‘최악의 투표율’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자 각 선관위는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금품살포-고발등 잇따라▼

▽최악의 타락상〓금품살포와 상호비방, 고소고발 등이 잇따르면서 유권자들의 ‘염증’을 불러왔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경남은 올들은 11일 현재 불법과 탈법 사례가 359건이나 적발돼 98년 선거의 67건 보다 5배 이상 많았다.

근거없는 성명이 난무했고 사이버 공간에서의 저질공방은 극에 달했다. 선거전이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경남지역에서만 고소, 고발이 무려 20여건에 달할 정도였다.

한나라당 부산시장 후보 캠프에서는 “민주당측에서 의혹 부풀리기와 허위사실을 폭로하는 방향으로 선거전을 유도해 많은 시민들이 혐오감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측은 “부산이 한나라당 일색이어서 그동안 정보의 교류가 부족했고 공개도 안됐다”며 “이를 시민들에게 공개하는 과정을 ‘네거티브 선거전’으로 규정해서는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에서는 “참된 지역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정책선거가 정착돼야 한다”며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함께 비난했다.

부산의 선거단속 요원인 주영길씨(40)는 “금품이나 향응제공 신고를 받고 출동하면 관련자들은 일단 부인 한 뒤 욕설과 폭언, 심지어 폭행까지 일삼았다”며 “‘일단 붙고 보자’는 사고방식을 이제는 버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네거티브 유세로 혼탁▼

▽기타〓지방선거의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무더운 여름철인데다 농번기여서 출마자와 선거운동원, 유권자 모두 고통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남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굳이 무더운 여름에 선거를 할 것이 아니라 한달 정도 앞당기는 등 날짜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합동 연설회장에는 자발적인 청중이 거의 없어 ‘무용론’까지 제기됐다. 연설회를 줄이거나 없애고 텔레비전 토론회 등을 명문화 해야 한다는 대안도 나왔다.

첫 출마인 울산의 한 후보는 “현직 프리미엄을 줄이는 방안이 무엇보다 시급하게 마련돼야 한다”며 “제대로 한번 싸워보지도 못하고 선거전이 끝나간다”고 말했다.

부산시 선거관리위원회 추형관 지도과장은 “세번째인 지방선거가 아직도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정견이나 정책대결 보다는 서로 헐뜯고 비방하는 양상으로 치달아 아쉬움이 크다”고 평가했다.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a.com

울산〓정재락기자jrjung@donga.com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