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스타탄생’의 무대. 2002한일 월드컵에서도 어김없이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선수들이 ‘월드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월드컵 최고의 영예인 득점왕을 놓고 신예 골잡이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전차군단’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24·카이저스라우테른)와 덴마크의 욘 달 토마손(26·페예누어드). 이들은 호나우두(브라질)와 가브리엘 바티스투타(아르헨티나) 등 숱한 거물 골잡이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득점왕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예선 3경기에서 5골을 뽑아내 득점랭킹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는 클로제는 ‘헤딩머신’. 1일 사우디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해 일약 ‘깜짝 스타’로 발돋움한 클로제는 5골을 모두 머리로 낚아냈다.
클로제는 골 세리머니때 그라운드를 마치 마루로 삼아 텀블링을 할정도로 가공할 탄력를 자랑한다. 체력이 좋고 특히 서전트 점프가 좋아 헤딩시 타점이 190㎝대의 웬만한 꺾다리를 능가한다. 100m를 11초대에 주파하는 빠른 발로 수비의 뒤를 순간적으로 파고들어 패스를 받는 감각 또한 탁월하다. 5골을 헤딩으로 잡아낸 것도 빠른 발을 이용한 절묘한 위치선정에 기인한 것이다.
지난해 말 ‘축구의 모국’ 독일을 선택한 폴란드태생의 클로제는 팀의 우승과 함께 득점왕을 차지, 게르트 뮐러와 위르겐 클린스만으로 이어지는 독일 특급골잡이 계보에 확실히 이름을 올리겠다는 각오다.
4골을 뽑아낸 토마손 역시 이번 월드컵에서 ‘득점기계’로 떠오른 신예. 스피드가 좋고 위치선정이 탁월하다. 11일 벼랑 끝에 몰린 거함 프랑스를 2-0으로 완파할 때 터뜨린 두번째 골도 예스페르 그랑키아에르가 왼쪽으로 파고들자 수비수 두명을 재치있게 따돌리고 문전으로 쇄도하며 넣은 것이다.
97년 5월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에서 대표팀에 첫 발탁된뒤 그동안 국민영웅 에베 산에 가려 스트라이커보다는 공격형미드필더로 덴마크의 공격을 이끌어 왔다. 월드컵에서도 초반 2경기에선 공격형미드필더로 뛰면서 세골을 낚아냈고 11일 프랑스전에는 에베 산이 부진하자 최전방공격수로 나서 다시 골을 잡아내 덴마크를 A조 1위로 16강에 진출시킨 일등공신이 됐다. 이젠 에베 산을 뛰어 넘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클로제와 토마손이 초반부터 득점경쟁에 불을 지핌에 따라 78년 이후 득점왕들이 극복하지 못했던 ‘6골 벽’도 깨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