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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로도 헵번도 단골…세계적 브랜드 살바토레 페라가모

입력 | 2002-06-13 20:00:00


이 회사의 명성을 높인 데 일조한 것은 할리우드의 스타들이었다.

영화 ‘로마의 휴일’의 오드리 헵번은 페라가모 구두의 열성 팬이었다. 발레리나가 꿈이었던 그를 위해 창업주인 살바토레 페라가모(1889∼1960)는 미국에 있을 때 굽이 낮고 얇은 레이스가 달린 슬리퍼를 만들어 주었다. 이 슬리퍼는 지금도 생산되는 클래식 모델이다.

마릴린 먼로의 스커트가 지하철 통풍구 바람에 들려 올라가는 영화 ‘7년 만의 외출’의 그 유명한 장면에서 먼로의 글래머러스한 다리를 지탱한 샌들은 살바토레가 만든 것이었다.

오드리를 위하여‥
창업주 살바토레 페라가모(왼쪽)가 단골 오드리 헵번과 얘기하고 있다. 헵번을 위해 만들었던 굽이 낮고 발등 부분에 스트랩이 있는 얌전한 디자인의 '오드리 슈즈'는 오늘날까지 페라가모의 베스트 셀러 아이템이다.

그레타 가르보, 마를리네 디트리히, 비비언 리, 소피아 로렌 등 은막의 스타는 물론 영국의 윈저공 부부, 아르헨티나의 퍼스트 레이디였던 에바 페론도 구두 장인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손재주를 찾았다. 이들 대부분은 직접 구두를 맞추기 위해 페라가모사의 본사가 있는 이탈리아의 피렌체까지 찾아왔다.

회사명은 창업주의 이름을 그대로 딴 것. 나폴리에서 100㎞ 떨어진 보니토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살바토레씨는 열세살 때부터 구두수선 가게에서 일했다.

에바 페론의 구두
아르헨티나의 퍼스트레이디 에바 페론은 페라가모에 독특한 디자인의 구두를 주문하곤 했다. 컬러풀한 이 구두는 영화 ‘에비타’에서 가수 마돈나가 신었던 것으로 페라가모사가 실제 에바 페론이 신었던 디자인대로 복원해 주었다.

1914년 미국으로 건너가 할리우드 스타들의 개인 주문을 받아 구두를 만들었다. 틈틈이 UCLA에서 해부학, 수학 등을 공부했던 살바토레씨는 직립보행을 하는 인체의 몸무게가 대부분 발바닥의 오목한 부분(장심·掌心)에 쏠린다는 점에 착안해 걸을 때 발이 앞으로 밀리지 않으면서 피로를 덜 느끼게 하는 구두 제작 노하우를 창안해 냈다.

크리스탈 구슬 촘촘히 먼로 구두
1953년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마릴린 먼로를 위해 만든 빨간 구두. 굽 높이가 9㎝다. 구두 전체에 크리스탈 구슬이 1600개 박혀있다. 페라가모사는 2000년 똑같은 디자인으로 이 구두를 다시 제작해 한정 판매했다.

1927년 피렌체로 돌아와 살롱을 열면서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구두 사업은 본격화했다. 50년대 후반부터는 여성복, 핸드백 등으로 생산 품목도 늘어났다.

살바토레씨는 여섯자녀들을 어렸을때부터 회사일에 참여하게 하는 등 자녀 중심의 ‘패밀리 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소피아 로렌도‥
이탈리아의 관능적인 여배우 소피아 로렌을 위해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굽이 굵고 코가 뾰족해 우아함과 섹시함을 동시에 드러내는 구두를 디자인해 주었다. 오른쪽이 살바토레 페라가모

페루치오 현 회장은 글로벌 마케팅을 본격화한 인물. 96년 샤넬로부터 에마누엘 웅가로 패션사업 인수, 97년 불가리와 향수 화장품 합작 계약 등 공격적인 확장, 제휴 전략을 구사했다. 현재 페라가모사는 세계 55개국에 1200여개 매장을 갖고 있다.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