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된장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국민의 80% 가까이가 고추장을 사먹을 정도로 고추장 시장이 포화상태가 되자 식품업체들이 된장시장의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죠. 현재 된장을 사먹는 이들은 국민의 20% 수준에 불과합니다. 잠재 시장규모가 엄청난 거죠.
대상(청정원)이나 제일제당(해찬들) 같은 그룹들은 꽤 일찍부터 된장을 상품화했으나 아직까지 된장시장에는 뚜렷한 1위 제품이 없습니다. 청정원과 해찬들이 1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가진 정도이고 나머지는 군소업체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죠. 심지어 대형음식점들도 된장을 만들어 판다고 합니다.
왜 이럴까요. 식품업체들의 항변은 이렇습니다. 된장은 담그는 집마다 맛이 틀립니다. 고추장보다 훨씬 차이가 심하죠. 때문에 식품으로 표준화하기가 무척 까다로운 제품입니다. 어느 입맛에 맞춰야하는지 모르는 거죠.
이처럼 맛이 틀린 이유는 된장을 만드는 발효 과정에 많은 미생물이 ‘참여’하기 때문입니다. 메주 발효에 관계하는 균과 효모, 곰팡이가 각각 수십종인데다 온도 습도 등에 따라 각기 다르게 작용합니다.
특히 된장 특유의 ‘고린내’를 나게 하면서 한국된장을 다른 나라 된장과 구별짓는 대표적 메주 발효균인 ‘바실루스’는 집집마다 틀리다고 하네요. 마치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듯 말입니다. 이에 따라 식품업체들은 맛있는 된장을 만드는 ‘바실루스’를 찾아 전국 방방곡곡의 장독대를 헤집고 다니고 있습니다. 규모가 큰 식품업체들은 최소 수백 종류의 바실루스를 가지고 있죠.
참, 이 균은 항암물질을 만들어 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이 균으로 발효하지 않는 일본된장(미소)은 항암효과가 없죠.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