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 피해 토굴 속에서 사는 탈북자들, 짐승처럼 팔려 가는 탈북 여성들….’
미국 ABC방송의 시사 토론프로그램인 나이트라인(Nightline)이 중국을 떠도는 탈북자들의 실태를 소개한 특집 ‘숨겨진 삶(Hidden Lives)’을 방영해 미국인들의 심금을 울렸다.
교포 다큐멘터리 감독 김정은씨가 중국 내 탈북자들의 삶을 고발한 다큐멘터리 ‘그림자와 속삭임(Shadows and Whispers)’을 재편집해 소개한 이 프로그램은 5, 7, 12일 등 3회에 걸쳐 총 1시간반가량 방영됐다.
앵커 테드 카플은 “북한 주민들은 ‘악의 축’이 아니라 그 희생양”이라며 미국인들의 관심을 호소했다. 다음은 방송 내용 요약.
▽토굴 속의 비참한 삶〓1년 전 탈북한 김만수씨 가족은 공안의 감시를 피해 지린(吉林)성 옌볜(延邊) 산골의 토굴에서 산다. 인근 담배농장에서 받는 소량의 쌀로 간신히 연명하고 있지만 항상 배고픔과 두려움에 시달린다. 먹을 게 없어 갓난아이를 중국가정에 딸려 보낸 뒤 김씨의 부인은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했다. 그러나 결국 두 딸도 차례로 고아원에 보내야만 했다. 마지막 남은 5세 아들도 먹이고 가르칠 수가 없어 고아원에 보내야 할 처지다.
▽인신매매의 표적〓탈북자들은 인신매매꾼들의 좋은 ‘사냥감’이다. 인신매매꾼에게 붙잡힌 탈북자들은 윤락행위를 강요받거나 중국 가정집으로 짐승처럼 팔려간다. 순자씨 역시 밀매꾼에 붙잡혀 중국인 홀아비에게 팔아 넘겨졌다가 간신히 도망쳐 나온 사례다. 탈북한 아이들도 자식 없는 가정에 1명당 2000위안(약 35만원)에 팔리고 있다. 현진 수희씨 부부는 돈을 빌려 중국인 2명에게 주며 북한에 있는 5세 아들을 데려와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아이를 데려오는데 실패한 중국인들은 오히려 “잔말하면 죽이겠다”고 이들을 협박하고 있다. 이 부부는 “우리는 사람도 아니다”며 울부짖는다.
▽어린이 탈북자도 다수〓탈북자 상당수는 어린이들이다.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온 이들은 중국에서 구걸 등을 통해 번 돈으로 북한에 있는 가족을 부양하고 있다. 이들이 국경을 넘어 북한으로 돌아갈 때는 중국 지폐를 꼬깃꼬깃 접어 밀봉한 후 삼킨다. 붙잡힐 경우 국경경비원에게 빼앗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