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슬로베니아-파라과이전이 열린 12일 서귀포 제주월드컵경기장. 갑자기 등장한 낯익은 구호에 관중은 탄성을 지르며 박수를 보냈다. 한국팀 경기도 아닌데 갑자기 이 구호를 연호한 것은 슬로베니아 응원단의 즉석 아이디어. 슬로베니아를 응원하던 1000여명의 이방인들은 웃통을 벗어젖힌 응원단장의 지휘 아래 ‘짝짝 짝짝짝’ 손뼉을 친 뒤 “대∼한민국”을 열심히 외쳤다. 이를 본 한국 관중이 배꼽을 잡고 뒤집어진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
슬로베니아 응원단이 한국 응원단인 ‘붉은 악마’로 변신한 장면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언제 준비했는지 이들은 경기 전 슬로베니아 국가가 연주될 때 대형 국기를 관중석 아래에서 위로 펼쳐 장관을 이뤘다. 경기 중엔 ‘붉은 악마’가 하는 것처럼 “골! 골, 골, 골”이라고 일제히 합창해 눈길을 끌었다.
비단 슬로베니아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응원단에 이제 ‘대∼한민국’과 ‘오∼필승, 코리아’는 너무나 익숙한 구호가 됐다. 이들은 한국팬을 만날 때마다 이 구호를 외치며 즐거워하고 있다.
10일 한국-미국전이 열린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선 미국팬들이 “오∼필승, USA”라고 구호를 바꿔 연호하기도 했다. 한국응원문화에 젖은 것은 외국 기자단도 마찬가지. 10일 미디어센터에서 만난 몇몇 외국기자들은 붉은 악마들이 입는 ‘Be the reds!’란 글귀가 새겨진 빨간 티셔츠를 입고 취재 현장을 뛰어다녔고 한 대만 여기자는 ‘대∼한민국’을 외치며 같은 아시아 국가인 한국의 파이팅을 성원했다.
‘대∼한민국’은 프로축구팀 수원 삼성 서포터들의 응원구호 ‘수∼원 삼성’에서 유래됐고 ‘오∼필승 코리아, 오∼올레 올레’는 프로축구팀 부천 SK의 서포터인 ‘헤르메스’ 회원들이 응원을 다니면서 콧노래로 만들어 부른 것을 붉은 악마가 빌려 사용하고 있다는 게 정설.
리듬이 단순해 누구나 따라하기 쉬운 이 구호들을 외치는 것이 2002한일월드컵을 계기로 세계적인 응원문화의 한 장르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모습이다.
서귀포〓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