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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확정 서울표정]4700만이 하나된 '축배의 밤'

입력 | 2002-06-15 00:04:00



황홀, 열정, 감격…. 그것은 한 편의 예술이었다. 서울 광화문 일대와 서울시청 앞 광장이 ‘붉은 바다’로 변했다. 가없이 뻗어나간 ‘홍해(紅海)’는 한민족의 저력이자 생명력이었다.

한국 축구의 월드컵 사상 첫 16강 진출을 결정한 포르투갈과의 경기가 열린 14일 서울 전역은 또다시 붉은 물결로 넘실댔다.

‘붉은 악마’ 응원복을 입은 140여만명의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목이 터져라 한국 대표팀을 응원했다.

▽세종로 네거리 일대〓이날 밤 서울 세종로 네거리(45만명)와 서울시청 앞 광장(47만명)에는 90여만명의 인파가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고 붉은 티셔츠로 일대가 온통 붉은 물결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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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붉은 티셔츠를 입고 손에 태극기를 든 채 대형 전광판을 통해 중계되는 경기를 보며 한국팀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에 환호성을 질렀다.

여대생 이승연씨(24·서울 서초구 서초동)는 “우리 대표팀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주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나왔다”며 “모두 한마음으로 응원하는 인파를 보니 절로 눈물이 나온다”고 말했다.

일본에 유학 중인 중국동포 10여명도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플래카드를 든 채 나와 응원했다.

일본 규슈대에 유학 중인 박춘(朴春·30·여)씨는 “축구만이 아니라 민족을 응원하기 위해 오게 됐다”고 말하며 ‘대∼한민국 파이팅’을 외쳤다.

시민들은 경기 초반 한국팀이 한치도 밀리지 않고 대등한 경기를 펼치자 두 손을 불끈 쥐고 “이길 수 있다”를 연발했다.

특히 전반 3분과 19분 이영표 유상철 선수가 날린 롱슛이 빗나가자 땅을 구르며 안타까워했으며 포르투갈의 주앙핀투가 25분여만에 퇴장당하자 떠나갈 듯 환호성을 올렸다.

이날 세종로 네거리와 서울시청 일대는 이선희, 베이비복스, 임창정 등 인기 가수들이 참여한 풍성한 식전행사가 열려 응원 열기를 고조시켰다.

▽대학로 강남 및 상암동월드컵경기장〓10만명이 모인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을 비롯해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9만명), 잠실야구장(5만명),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5만명) 등에서도 응원 열기가 뜨거웠다.

대학로에서는 록밴드와 함께 인기가수 겸 탤런트인 장나라와 가수 이승철 등이 시민들과 축제를 함께 했다. 시민들은 “상암동 히딩크아저씨 파이팅”과 거스 히딩크 감독의 CF를 패러디한 “박항서 코치님 능력을 보여주세요”를 함께 외쳤다.

구로구 구로중 운동장에서는 이날 저녁 국내에 체류 중인 중국동포 1500여명이 ‘조선족 붉은 악마’ ‘한민족 만세’ 등의 플래카드를 걸고 힘찬 응원전을 펼쳤다.

황선홍 유상철 이영표 선수 등을 배출한 건국대는 이날 교내 대운동장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학생과 지역 주민 5000여명이 함께 응원전을 펼치도록 했다.

▽경찰 경비 및 교통통제〓경찰은 이날 55개 중대 6000여명의 경찰관을 동원해 거리응원 현장 주변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교통을 통제했다.

특히 흥분한 일부 관중이 소란을 피울 것을 우려해 세종로 미국 대사관과 종로구 원서동 포르투갈 대사관 인근에 경찰관을 집중 배치해 응원단의 진입을 막았다.

이날 오후 6시부터는 밀려든 인파로 종로∼서대문, 무교동∼세종로간의 교통이 완전히 통제됐다.

서울시 소방방재본부도 시청 앞 등 주요 거리응원 지역에 구급차 및 소방차 140여대와 구조인력 2200여명을 투입해 만약의 경우에 대비했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