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호’가 월드컵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유능한 선장을 잘 보좌한 ‘벽안의 책사들’의 역할도 컸다. 핌 베어벡 수석코치(45)와 레이몬드 베르하이옌 체력담당 트레이너(32), 아프신 고트비 비디오 분석관(39) 등 거스 히딩크 감독이 직접 천거한 3인의 참모진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흘린 땀을 성적으로 직결시켰다.
이들은 규칙이라고는 18개 조항이 전부인 ‘단순한’ 축구를 과학으로 접근해 불과 500여일 만에 한국축구의 ‘탈아시아’를 이끌어낸 것.
베어벡 코치는 히딩크 감독과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 대표팀의 선수 교체와 전술 운영 등을 논의하는 ‘작전참모’다. 11명의 선수들이 톱니바퀴 돌아가듯 유기적으로 움직일 정도로 대표팀의 전술적인 완성도가 높아진 데는 과학적이고 치밀하게 훈련 프로그램을 작성한 베어벡 코치의 공이라는 게 대표팀 관계자들의 평가다.
네덜란드 출신으로 1989년부터 1991년까지 네덜란드 1부리그 페예노르트 로테르담 감독을 비롯해 7개팀 감독을 지냈고 중국 상하이의 선화 에프시와 홍콩축구협회 기술고문도 맡았다.
한국팀 선전의 원동력이 된 강철같은 체력을 만든 조련사는 베르하이옌 체력담당 트레이너다. 히딩크 감독의 요청으로 3월 스페인 전지훈련에서부터 대표팀 식구가 된 베르하이옌 트레이너는 태극전사들의 심장을 강철로 만들었다.
네덜란드 왕립축구학교에서 운동생리학을 강의한 경력이 있는 베르하이옌 트레이너는 체력 강화를 위한 새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개발해 후반 뒷심 부족이라는 한국축구의 고질병을 치료했다.
그가 꾸민 다양한 메뉴의 체력 강화 프로그램은 한없이 고되고 지겨울 수도 있는 체력훈련을 선수들이 웃으면서 받게 만들어 효율성을 높였다. 98년 프랑스월드컵 때 네덜란드 대표팀 체력담당 트레이너를 맡아 히딩크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고트비 비디오 분석관은 대표팀 경기와 상대 경기를 담은 비디오를 컴퓨터로 분석해 히딩크 감독이 작전을 수립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제공한다. 대표팀이 미드필더 4명을 일자로 세우다 중앙 미드필더 2명을 앞뒤로 배치해 마름모꼴이 되게 한 것도 고트비 분석관의 조언에 따른 것이다. 중앙 미드필더 1명이 뒤로 처지면서 긴 패스 한 번에 수비가 뚫리던 고질적인 약점이 해소됐다.
이란계 미국인 고트비 분석관은 미국 UCLA 졸업 후 2년여 동안 여자축구팀 코치를 하다 전력분석가의 길로 접어들어 현재까지 10여년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아약스 등 명문클럽과 자메이카 대표팀 분석관 등으로 활동해왔다.
인천〓황진영기자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