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남북공동선언 2주년을 맞는 우리는 당시의 감격을 여전히 확인하면서, 그 감격이 컸던 만큼이나 아쉬움을 느낀다. 남북한 정상이 역사적인 회담을 갖고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던 것은 민족적 쾌거였다. 그날의 다짐에 따라 그동안 장관급회담이 6차례 열렸고 이산가족들도 4차례 상봉했다. 남북한 인사들이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화해와 평화를 논의했고 구체적인 경제협력 방안도 나왔다. 그 결과 적대감과 긴장이 크게 완화돼 공동선언은 남북한 관계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고 하겠다.
하지만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답방이 성사되지 않았고 당국간 회담은 교착상태이며 상호 약속한 많은 일들도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 그렇게 된 데는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북(對北) 강경정책과 지난해의 9·11테러사건 등 새로운 국제환경 탓도 있지만 남북한 모두의 책임 역시 크다고 하겠다.
우선 북한은 공동선언이 민족통일의 이정표를 제시했다고 주장하면서도 그 선언에 따라 합의한 약속을 저버리거나 소극적 태도로 나온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북한 지도부는 적극적으로 대화와 교류에 임할 때 빚어질 내부적 혼란을 고려해야 했겠지만 그런 속사정을 감안해도 그동안 처신에는 미흡함이 적지 않다.
공동선언 이후 우리 정부가 취한 정책도 비판받아야 한다. 햇볕정책의 성과에만 집착하느라 국민적 동의를 받는 데 소홀했고 결과적으로 남남갈등만 키웠다. 남북한 관계를 정권적 차원에서만 다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6·15공동선언의 기본 정신은 한반도문제를 남북한이 주도적으로 다루자는 것이다. 북한은 민족문제를 해결한다는 자세로 대화에 나와야 하며, 우리 역시 정권차원의 근시안적 대북 접근태도는 버려야 한다. 한마디로 남북은 속히 대화를 재개해 비록 더디게라도 한 걸음 두 걸음 앞으로 가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6·15공동선언의 역사적 의의를 살리는 길이다.
이규민기자 kyu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