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큰 나라’ 자격 있나
중국 정부가 13일 베이징(北京)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 진입한 탈북자 원모씨 강제연행 사건을 두고 사실과 전혀 다른 주장을 하고 있어 당혹스럽다. 중국은 보안요원들이 한국 영사관 건물에 침입하지도 않았으며 한국 외교관과 취재기자를 폭행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한다. 또 원씨를 강제 연행한 것은 한국 측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며 오히려 한국외교관들이 외교관 신분을 이용해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보안요원들이 사건 당일 한국 영사관에 무단 침입해 원씨를 끌고 가는 현장은 미리 와 있던 세계 각국 특파원들이 직접 목격했다. 다리와 발 등에 상처를 입은 한국 외교관들과 영사관 고용원 그리고 특파원들은 자기들이 당한 일을 생생히 증언하고 있다.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누가 뭐라 해도 세계지도국가의 위치에 있다. 2008년에는 올림픽도 개최한다. 그런 중국이 국가적 양심마저 의심케 하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으니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인권을 도외시하며 치외법권을 무시하는 나라가, 외교관을 폭행하고 취재내용을 위성송출하는 것도 막는 나라가 어떻게 지구촌의 축제인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겠는가.
탈북자문제는 당사국들 간의 이해가 첨예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인도주의를 근본원칙으로 삼지 않고는 해결될 수 없다. 중국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만 의식해 계속 탈북자의 인권이나 인도적 측면을 외면한다면 문제는 더욱 복잡하게 얽힐 것이고 국제사회의 비판은 가열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의 국익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 사건은 수교 10년째를 맞는 한중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한중관계의 악화는 양국의 이익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 전체의 평화와 안정을 해칠 것이 분명하다.
중국은 어떻게 하는 것이 이번 사건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큰 나라’로서의 체통을 지키는 길인지 냉정하게 판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