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일본 경제가 한창 호황을 누릴 때 일본이 계속 성장하여 미국과 대적하는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 적이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에 의해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지금의 일본을 두고 그런 예측이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요즘은 중국에 대해서 그런 말들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경제 규모가 엄청난 속도로 확대돼 가는 중국의 모습을 보면 21세기 중반쯤에는 미국에 버금가는, 혹은 미국을 능가하는 경제대국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 같다.
▷소수이긴 하지만 다른 예측을 내놓는 사람들도 있다. 중국이 승승장구 경제성장을 오래 지속하지 못하리라는 것이다. 그 요인으로 사회통합 문제와 환경 문제가 거론된다. 양적 성장만을 추구하는 급속한 자본주의화는 빈부격차와 함께 사회주의적 인간관계에서 자본주의적 인간관계로의 급속한 전환에서 오는 갈등을 심화시켜 사회를 불안정하게 한다. 급속한 산업화 과정은 환경의 악화를 초래해 사람들의 건강이 나빠지고 작업 생산성이 저하돼 사회 전체의 경쟁력이 떨어진다. 이런 것들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으리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입을 모은다.
▷이런 점들은 경제적인 면에만 타격을 입히는 것이 아니다. 사회 전체의 분위기가 예전 체계에서의 질서를 잃어버리며 성급하게 불거져 나오는 이기적 행동들로 뒤숭숭해진다. ‘만만디(漫漫的)’, 즉 ‘천천히’라는 부사로 대표되는 ‘대인의 나라’였지만 요즘 중국의 도시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은 상당히 다르다. 여유가 없고 공격적인 분위기가 강해지는 느낌이다. 최근 중국 비행기의 항공사고가 잦은 것이라든지, 방송들에 대한 국가의 통제가 전혀 먹혀들지 않는다든지 하는 보도 역시 흔들리는 중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주중 한국총영사관에 중국 경비원이 난입하여 탈북자를 강제로 끌어내고 한국 외교관들에게 폭행까지 한 사건이 있었다. 탈북자 문제와 관련해서 보여준 성질 급하고 충동적이며 무원칙한 중국의 모습을 보면 ‘만만디’도, ‘대인의 나라’도 전설 속으로 가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도 이쯤에서 중국을 대하는 태도를 가다듬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중국이 경제대국이 될 것이고, 그만큼 영향력이 클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언제 어떻게 제멋대로 소동을 피워 우리가 피해를 볼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렇다는 얘기다.
김장권 객원논설위원 서울대 교수·정치학 jkk@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