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어두운 표정으로 걸어나오고 있다.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민주당의 주류측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 중심의 정면돌파론을 들고 나오자 비주류 일각에서 ‘제3후보 영입론’과 ‘신당 창당론’을 제기하는 등 선거수습책을 둘러싼 양측의 대립 골이 갈수록 깊어지는 양상이다.
이 같은 갈등의 저류에는 당내 각 세력의 이해관계까지 얽혀 있어 17일 최고위원 당무위원 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쉽게 수습책이 마련될지 불투명해 보인다.》
▽당권파의 조기 대선체제 전환론〓한화갑(韓和甲) 대표는 15일 김원길(金元吉) 사무총장과 노 후보의 정치고문인 김원기(金元基) 의원 등과 회동, 노 후보 중심의 당 운영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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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쇄신파동 때 최고위원들이 집단 사퇴하는 바람에 당이 표류하는 등 부작용이 더 많았다”며 지도부 인책론을 정면돌파할 뜻을 분명히 했다. 또한 김 사무총장이 제출한 사표를 반려한 것은 물론 자신도 지방선거 유세일정 때문에 미뤄왔던 언론사 방문을 곧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한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는 대통령선거대책위를 조속히 구성해 모든 당무를 선대위에 넘김으로써 최고위원 회의의 기능을 정지시키는 등 비주류의 공세를 조기에 잠재우려는 의도도 내비치고 있다.
비주류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후보사퇴론이나 제3후보론 등 소모적 논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노 후보 중심으로 결집해야만 당이 침체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주류측도 개혁파 의원들이 제기하는 DJ와의 절연 문제 등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편 노 후보는 이날 오전 예정돼있던 비서실 팀장회의 및 중진의원들과의 회동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재신임 문제가 결론이 날 때까지는 후보로서의 행보를 자제하겠다는 태도였다.
▽비주류 일각의 제3세력 영입론〓비주류의 김기재(金杞載) 송석찬(宋錫贊) 의원 등은 이날 제3세력 영입을 통한 재창당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미 노무현-한화갑 대표체제는 심판을 받은 만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김 의원은 구체적으로 정몽준(鄭夢準) 박근혜(朴槿惠) 의원의 이름까지 거론했고, 송 의원은 “지금은 민주당 간판으로 심판 받는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상황이다. 때묻지 않은 신선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거국적인 신당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모두 이인제(李仁濟) 의원과 가까운 인사들. 이 때문에 이 의원측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으나, 송 의원은 “이 의원을 포함해 당내 대통령후보 경선에 나왔던 사람들은 모두 2선으로 후퇴해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충청권의 또 다른 의원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끌어안아 ‘이회창 대 반(反) 이회창’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박근혜 의원은 반 이회창의 가장 상징적인 인물이다”고 주장했다.
비주류측은 또 당권파 등 주류측에서 현 지도체제를 유지하면서 사태를 봉합하려는 데 대해 “기득권을 내놓고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특히 당 지도부가 선거패배의 원인으로 대통령 아들들 문제를 들고 나오면서 청와대로 화살을 돌리는 것도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것이라며 반감을 보이고 있다.
후보교체론과 맥을 같이하는 당내 일각의 후보영입론은 현재로선 충분한 공감을 얻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주류측은 이런 논의가 제기됐다는 사실 자체에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논의 과정에서 당내 균열과 반목 등 파문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