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타 스타디움 ‘빅 스완’은 온통 잉글랜드 응원단의 잔치였다. 잉글랜드팀이 장소를 옮길 때마다 따라다닌 수천명의 잉글랜드 서포터들은 니가타에도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경기장은 잉글랜드기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전반전 후반 갑작스럽게 굵어진 빗방울에도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흔들며 노래를 불렀다. 한쪽 골대 뒤에 자리잡은 덴마크 응원단의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들이 지치지 않고 경기 내내 잉글랜드 찬가를 부를 수 있었던 힘은 바로 데이비드 베컴이었다. 베컴이 그들에게 ‘여흥’을 제공했다. 베컴의 플레이는 완벽했다. 베컴은 잉글랜드를 지휘하며 덴마크에 ‘항복’을 요구했다. 마이클 오언과 에밀 헤스키는 그들로부터 항복 문서를 받아냈다.
전반 5분 베컴이 찬 코너킥은 자로 잰 듯 리오 퍼디낸드의 머리로 향했고 득점으로 이어졌다. 4분 뒤 베컴은 오언에게 그림 같은 전진 패스를 찔러 넣었다. 오언의 슛이 골키퍼 정면으로 향한 것은 베컴에게도 불운이었다.
힘차고 정확하게 스트라이커를 향하는 크로스 패스는 베컴의 전매 특허. 전반 32분 오른쪽에서 공을 잡은 베컴은 지체없이 헤스키를 타깃으로 삼았다. 공은 유도탄처럼 헤스키에게 날아갔으나 헤스키 앞에 덴마크 수비가 가로막고 있었다. 하지만 베컴은 10여분 만에 헤스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만들어줬다. 헤스키가 이번에도 놓칠 리는 없었다.
후반 14분쯤 베컴의 느닷없는 중거리 슛이 덴마크 골키퍼 토마스 쇠렌센을 놀라게 했다. 겨우 골대 뒤로 쳐냈다. 덴마크는 위기를 한 번 더 넘겼다.
덴마크와의 8강전에서 베컴은 그 동안 보여준 ‘슈퍼 스타’의 면모 이상을 보였다. 상대를 압도하는 패스와 드리블, 그리고 슈팅 능력을 한 경기에서 모두 과시했다. 경기의 완급을 조절하는 여유도 있었다. 지네딘 지단, 후안 베론 그리고 루이스 피구가 떠나고 없는 월드컵 무대의 미드필드를 호령할 수 있는 스타는 이제 베컴뿐이었다.
니가타〓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