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경사를 일궈낸 선수들에게 병역 면제는 당연하다', '신성한 병역 의무는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월드컵 16강에 진출한 대표선수들에게 병역 혜택을 주기로 한 정부 방침이 거센 논란을 낳고 있다. 국방부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17일 관련 회의에서 병역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 국무회의에 상정 의결토록 할 계획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대표팀 중 병역미필자인 송종국, 안정환, 박지성 등 10명의 선수들은 4주간 기초 군사훈련을 받는 것으로 군 복무를 대체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군 안팎에서는 찬반 여론이 팽팽한 실정이다. 국방부 홈페이지의 게시판은 네티즌들이 올린 수백건의 관련 의견들로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찬성측은 국위 선양과 향후 축구 발전을 위해 병역 면제는 당연하다는 주장. ID가 '동성'인 한 네티즌은 "전 세계에 한국 축구의 위상을 알리고 온 국민을 열광케 한 만큼 병역 면제는 당연하다"고 밝혔다. 김모씨는 "이번 성과를 계기로 한국 축구가 발전을 거듭하도록 젊은 선수들의 병역을 면제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많았다. 스포츠와 병역은 별개의 사안이며 '국민개병제' 원칙에 정면 위배된다는 것. 한 네티즌은 "16강 진출로 부와 명예를 거머쥔 젊은 선수들에게 병역 면제는 지나친 '특혜'"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대통령에게 병역 혜택을 요구한 선수들에게 크게 실망했다"며 "병역 면제는 결코 '선물'이나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국방부와 병무청 등 관련 부처의 안일한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올초 국회의원들의 찬성 서명 등으로 불거진 병역 혜택 논란에 대해 줄곧 반대해오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여론 수렴도 없이 병무 정책을 뒤집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지적.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선수들의 공로는 인정하지만 여론에 휩쓸려 국가정책을 하루 아침에 바꾸는 것에 대해 내부 비판도 많다"라고 말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