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요즘 월드컵 열기에 휩싸여 정치 현안들이 별로 관심을 끌지 못한다. 외국에서 벌어진 사건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예외가 하나 있다. 탈북 주민의 연행을 둘러싸고 중국 베이징(北京)의 한국총영사관에서 벌어진 한국 외교관과 중국 공안원의 충돌사건이 그것이다.
일본도 지난달 중국 선양(瀋陽)의 일본총영사관에서 비슷한 사건을 겪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중국 측이 일본의 주권을 침해했다’며 중국을 몰아붙였으나 중국 정부가 증거를 들이대며 사실이 아님을 입증해 일본 외교는 참패를 당했었다.
일본 정부는 두 가지 점에서 이 사건을 주목하고 있다. 하나는 한국의 외교관들이 폭행을 당하면서까지 매우 강경하고 신속하게 대응했다는 점이다. 한국과 일본의 태도가 너무 다르다며 일본 외교관들은 한국 외교관에게 배워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또 하나는 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느냐다. 만일 중국이 일본을 철저히 무시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그렇게 나온다면 일본으로선 할 말이 별로 없다. 그러나 상당 부분 한국의 주장을 수용한다면 일본 정부로선 중국에 대해 더 큰 불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일본 정부는 자기반성도 하고 있다. 선양총영사관 사건 당시 일본이 인권문제에 너무 무관심하다는 국제적인 비난이 있었지만 요즘엔 이를 의식해 난민 처리 과정을 투명화하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불법 입국한 난민 신청자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난민 신청자를 일시 수용하는 시설도 정비키로 했다.
이런 일본에 한국의 대응은 중요하다. 만일 한국 정부가 이번 사건을 구렁이 담 넘어가는 식으로 적당히 처리한다면 “같은 민족인 한국도 저러는데 일본이 탈북 주민의 인권 옹호에 앞장설 필요가 있느냐”는 여론이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의 태도가 앞으로 일본 정부의 ‘주요한 지침’이 되는 셈이다. 이는 한국 정부가 이번 사건을 처리하는 데 ‘원칙’을 고수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심규선 도쿄특파원 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