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어딘가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거스 히딩크 감독. 8강을 넘어 4강도 자신있다는 뜻일까.
16일 스페인과 아일랜드의 경기가 벌어진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은 히딩크 감독(사진)의 표정은 진지했다. 이날 그가 대표팀이 있는 대전을 떠나 수원 경기장을 방문한 것은 한국이 16강전에서 이탈리아를 이길 경우 스페인-아일랜드전의 승자와 8강전을 치르게 돼 있어 두 팀의 전력을 살피러 온 것. 8강전까지도 이미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이었다.
애인 엘리자베스와 나란히 귀빈석에 앉아 경기를 관전한 히딩크 감독은 진지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살피며 부지런히 메모를 했다. 또 경기 도중 어딘가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 눈길을 끌었다.
결전을 이틀 앞둔 팀의 감독이 팀훈련을 직접 지휘하지 않고 다른 경기장을 찾는 것은 이례적인 일. 이제껏 대표팀의 훈련 관행을 보면 경기 전날에는 가벼운 경기장 적응훈련을 실시하고 경기 이틀 전에는 상대팀을 대비해 심도 깊은 전술 훈련을 해왔다. 그런 만큼 히딩크 감독이 경기를 이틀 앞둔 이날 팀훈련 지휘를 코치들에게 맡긴 채 8강전 상대를 탐색하러 간 것은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풀이다.우선 대표팀의 전술적 틀이 잡혀 있고 선수 개개인도 임무를 충분히 숙지하고 있는 만큼 굳이 직접 지도하지 않더라도 코치들을 통해 충분히 훈련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 또 하나 눈길을 끄는 부분은 몇 수 앞을 대비하는 히딩크 감독의 시야와 욕심. “하나의 목표는 달성했지만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며 승리에 대한 끝없는 야망을 밝혔던 히딩크 감독은 16강전을 뛰어넘을 수 있고 따라서 8강전도 미리 준비하겠다는 뜻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히딩크 감독은 경기 후 “내일 기자회견을 통해 오늘 수원에 온 이유 등을 밝힐 것”이라며 함구한 채 곧바로 대전으로 직행했다.지면 탈락하는 16강 토너먼트 첫 고비를 앞두고 일찌감치 다음 경기의 상대를 파악하러 나선 히딩크 감독. ‘여우’ 같은 그의 머릿속에 어떤 전략이 숨어있을까.
수원〓금동근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