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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골대만은 맞추지 마라”

입력 | 2002-06-17 17:53:00


“차라리 ‘홈런볼’을 때릴 지언정 골대만은 맞추지 마라.”

2002한일월드컵 16강전에 오른 각팀 감독들이 선수들에게 바라는 간절한 ‘희망사항’이다.

‘골대를 맞추는 팀은 진다’는 속설은 오래전부터 축구계에 전해내려온 징크스. 2002한일월드컵대회에서는 유난히 이 징크스가 절묘하게 들어맞고 있다.

이 징크스의 최대 희생양은 프랑스. 98월드컵 우승팀인 프랑스는 이번 대회 3경기에서 4차례나 골대를 맞추는 불운 끝에 무득점으로 16강진출에 실패해 이변을 낳았다.

세네갈과의 개막전에선 0-0인 전반 29분 다비드 트레제게, 후반 20분 티에리 앙리의 슈팅이 연달아 골포스트와 크로스바를 맞아 0-1로 패했고 우르과이와 덴마크전에서도 한차례씩 불운이 이어졌다.

‘죽음의 조’에 속한 나이지리아는 스웨덴과의 2차전에서 1-2로 뒤진 후반 30분 조지프 요보의 슈팅이 골포스트를 때려 땅을 쳤다.

역시 16강 진출에 실패한 포르투갈도 한국전에서 눈물을 흘렸다. 0-1로 뒤진 후반 43분 콘세이상의 발리킥이 한국의 왼쪽 크로스바를 맞고 튕겨 나가는 바람에 패했다. 만약 이 골이 들어갔다면 포르투갈은 1-1 무승부로 16강에 골인할 수 있었다.

16강전에서도 골대를 맞추면 진다는 징크스는 계속됐다.

16일 일본 오이타에서 열린 스웨덴-세네갈의 16강전. 1-1인 연장 전반 5분 스웨덴의 스벤손은 골지역 중앙에서 환상적인 개인기를 수비수를 제친뒤 터닝슛을 날렸으나 볼은 오른쪽 골대를 맞추고 튕겨져 나갔다. 스웨덴은 결국 연장 14분 세네갈에 골든골을 내주고 탈락했다.

골대를 맞춘 팀이 진다는 속설은 심리적인 요인이 많이 작용한다는 분석. 당연히 넣을 골을 못 넣을 때 선수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이 점이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