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현재 한국의 5만명을 포함해 부동산을 제외한 순자산(총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이 100만달러(약 12억3000만원) 이상인 개인이 세계에 710만명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순자산 3000만달러(약 375억원) 이상인 부자는 세계에 57만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최대증권사 메릴린치와 경영컨설팅회사 캡 제미니 언스트 앤드 영은 17일 '세계의 부(富)' 연례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중 새로 세계 백만장자(고액순자산 개인) 대열에 합류한 사람은 20만명이 채 되지 않는다. 작년중 백만장자 수 증가율은 3%에 그쳤는데 이는 1997년 조사 시작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의 백만장자 수는 전년보다 약간 증가한 수준이라고 메릴린치측은 밝혔다.
메릴린치 세계개인고객담당 켈리 마틴 사장은 보고서를 통해 "닷컴기업의 붕괴, 경기침체, '9·11테러' 등의 여파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그러나 이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부자들은 위험을 잘 피해가며 투자에 성공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들 백만장자가 가진 순자산의 총계는 26조2000억달러로 역시 전년보다 3% 증가했다. 이는 2000년의 6%, 1999년의 18%에 비해 크게 낮아진 수준이다.
보고서 공동작성자인 캡 제미니의 크리스토퍼 험프리는 "백만장자의 순자산액은 향후 5년간 매년 8%씩 늘어 2006년말에는 총 38조50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대륙별 백만장자 수는 작년말 현재 유럽이 254만명으로 가장 많고 북미(222만명) 아시아(173만명)가 뒤를 이었으며 중동(29만명)과 남미(28만명)가 비슷한 수준이었다.
백만장자 수는 유럽에선 거의 변동이 없었지만 남미(12.0%) 아시아(7.0%)에선 큰 폭으로 증가해 대조를 이뤘다. 선진국을 포함한 주요7개국(G7)의 백만장자 순자산은 전년보다 1.9% 늘어난데 비해 나머지 나라의 경우는 4.7% 증가해 개발도상국에서 백만장자가 더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유럽 등의 주가 상승률이 저조해 세계 평균 13% 하락했으나 한국 태국 등 아시아 일부국가의 주가는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메릴린치측은 풀이했다.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