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룸(Panic Room)’은 일단 감독과 배우의 이름 때문에 기대를 갖게 되는 영화다.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룬 스릴러 ‘세븐’으로 흥행 감독 대열에 오른 데이비드 핀처 감독과 설명이 필요없는 연기파 배우 조디 포스터가 만났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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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모두 명성에 걸맞은 연출력과 연기력을 보여준다. 핀처 감독은 제한된 시간(하룻밤)동안 제한된 공간(집)에서 모녀와 3명의 침입자가 벌이는 싸움을 갖고 112분을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간다. 포스터 역시 긴장감 넘치는 연기로 관객들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패닉룸은 유사시를 대비해 집안에 만들어 놓은 일종의 비밀 은신처를 뜻한다. 이 영화의 긴장과 스릴은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인 집에서, 그리고 집안에서도 가장 안전해야 할 곳인 패닉룸이 가장 위험한 공간으로 돌변하는 데서 발생한다.
부유한 이혼녀인 멕(조디 포스터)은 어린 딸 새라와 함께 뉴욕 맨해튼의 4층짜리 고급 저택으로 이사온다. 이 저택에는 콘크리트로 된 벽과 별도의 전화선, 자체 환기 시스템, 8개의 카메라에 연결돼 집안을 감시할 수 있는 모니터, 그리고 생수가 갖춰진 완벽한 패닉룸이 설치돼 있다.
이사온 첫날 밤, 3명의 남자들이 이 집에 침입한다. 멕과 새라는 패닉룸 안에 숨지만 침입자들의 목표는 바로 패닉룸이다. 패닉룸 안에는 이 집의 전 주인이 숨겨놓은 막대한 돈이 쌓여 있는 것.
멕은 패닉룸 안에서 마냥 구조를 기다릴 수 없다. 당뇨를 앓고 있는 딸 새라의 혈당이 계속 떨어져 목숨이 위태롭게 되자 멕은 인슐린을 가지러 가기 위해 패닉룸에서 빠져나온다.
패닉룸 안에 있던 멕과 패닉룸 밖에 있던 침입자들의 처지는 영화 중반을 지나면서 패닉룸 안의 침입자와 패니룸 밖에서 딸을 구하려는 멕의 대결이라는 반대 상황으로 바뀐다.
이 영화는 깜짝 놀라게 하거나 비명을 지르게 만드는 장면은 없으나 끊임없이 긴장을 유발시킨다. 하지만 ‘패닉룸’이 전반적으로 잘 짜여진 스릴러라는 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것은 다소 싱거운 결말 탓이다. 충격적인 반전이 하이라이트였던 ‘세븐’의 마지막 장면을 기억하는 핀처 감독의 팬에게는 패닉룸의 결말은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21일 개봉. 15세 이상.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카메라 뒤에서 = 키드먼 목소리로 카메오
니콜 키드먼이 목소리로만 카메오로 출연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멕이 도움을 청하기 위해 이혼한 전 남편의 집에 전화를 걸자 남편의 여자 친구가 전화를 받는다. 전화 너머 들려오는 “여보세요(Hello)”하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바로 키드먼.
당초 주인공 멕역에 캐스팅됐던 키드먼은 ‘물랑루즈’ 촬영 중 입은 무릎 부상으로 출연이 무산된 것이 아쉬워 목소리 깜짝출연을 자청했다.
키드먼의 ‘대타’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조디 포스터는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 자리를 포기하면서 이 역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