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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신병인도' 中요청 거부 시사

입력 | 2002-06-18 18:50:00

탈북자들의 진입을 막기 위해 설치된 철제문


미국은 탈북자 처리 문제를 둘러싼 한국과 중국의 외교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데 대해 ‘국제법에 따른 공정한 처리’와 ‘국제적 의무’를 강조하고 나섰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중국이 베이징(北京) 주재 한국총영사관에서 연행한 탈북자를 한국 측에 인도하지 않고 한국외교관 폭행사건을 정당화하는 데 대한 미국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양국 정부가 다룰 사안이나 우리는 탈북자들이 국제법에 따라 공정히 처리돼야 한다고 강력히 믿는다”고 말했다.

바우처 대변인은 “기본적으로 망명 희망자들에 관해선 국제적 의무가 있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라며 “우리는 우리가 할 일을 다할 것이므로 중국도 그 같은 의무를 준수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탈북자가 중국 주재 미국공관에 들어갈 경우 중국 측의 요구대로 신병을 넘겨줄 것인지를 묻는 질문엔 “우리의 기본입장은 국제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그는 14일 브리핑에서 “베이징의 우리 대사관은 중국 정부가 망명희망자들의 처리와 관련해 모든 외교공관에 돌린 외교회람을 접수했다”며 “우리는 국제적 의무를 다할 것이며 중국도 그렇게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무부는 이 같은 방침을 국무부의 인터넷 웹사이트에도 올렸다.

바우처 대변인은 미국과 중국이 취해야 할 국제적 의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동안 중국이 탈북자들을 북한으로 강제 송환해서는 안 된다는 방침을 국무부가 분명히 해 온 점에 비춰볼 때 바우처 대변인의 발언은 “외국공관에 진입한 망명희망자(탈북자)는 모두 중국정부에 인도하라”는 중국 정부의 요청을 미국은 따르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편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은 14일 국무부를 방문한 한국학자들과의 면담에서 중국 공안의 행동에 경악했다며 이는 외교적 에티켓과 유엔난민협약에 위배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탈북자들에게 망명을 인정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의 탈북자 처리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미 언론이 보도했다.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