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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재보선 출마 굳혀…공천땐 여론 들끓고 외면땐 YS 속끓고

입력 | 2002-06-18 18:50:00


한나라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서울시내 모처에서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를 만났다. 8·8 재·보궐선거의 경남 마산 합포 공천 문제 때문이었다.

이 관계자는 현철씨에게 “당내 사정상 공천은 어려울 것 같다”며 분위기를 전달했다. 이에 현철씨는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물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현철씨는 출마 결심을 더 굳혀가는 분위기다. 그는 출마 준비를 위해 14일 주소지를 마산으로 옮겼고 조만간 출마 선언도 할 계획이다. 한 측근은 “현철씨는 선거를 통해 자신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정치인으로서 자기 진로를 개척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한나라당도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섣불리 현철씨를 공천할 경우 한나라당의 상승 무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악재(惡材)가 될 게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연말 대선까지는 아직 6개월이나 남았는데 현철씨를 외면함으로써 YS와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도 부담스러운 눈치이다. 워낙 미묘한 사안이어서 그런지 당 관계자들도 현철씨 공천 문제에 관해서는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17일 낮 YS의 상도동 자택을 다녀온 강삼재(姜三載) 의원은 “지방선거 결과 등을 얘기한 의례적인 자리였을 뿐이다”고 말했고, 18일 저녁 상도동을 찾은 서청원(徐淸源) 대표도 “지방선거 때 애썼다는 이유로 초청을 받은 것이지 다른 정치적 얘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YS 또한 공개적으로 현철씨 문제를 꺼내지 않고 있고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도 언급을 피하고 있는 상태이다.

현재 당내에서는 현철씨 공천에 부정적인 반응이 우세한 편이지만, 이 후보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강경론과 신중론이 엇갈리고 있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우리 당이 대통령 아들 비리에 대한 공세로 지방선거 압승을 거뒀는데 현철씨를 공천한다면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며 공천 불가를 강조했다.

반면 권철현(權哲賢) 의원은 “항상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선전략을 짜야 하므로 YS는 끝까지 안고 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내 일각에선 현철씨가 출마를 고집한다면 공천은 어렵더라도 △마산 합포를 무공천 지역으로 남겨놓거나 △현철씨가 아닌 제3자를 공천하되 당 차원의 지원을 자제하는 절충안들이 거론되고 있다.

서 대표가 YS를 만난 자리에서 어떤 형태로든 이 같은 당 분위기를 전달했을 것으로 당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