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간 담합에 의해 언제든지 증액이 가능하고 집행도 자의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현행 국고보조금제도는 전면 개편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소장 김세균·金世均) 주관으로 18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의 정치자금 제도 개선방안 연구발표회’에서 장훈(張勳) 중앙대 교수는 “현행 국고보조금제도는 주요 정당들이 거액의 보조금을 독과점적으로 나눠 갖고 군소정당은 보조금을 거의 못 받는 결과를 낳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연구소는 연구보고서에서 고비용 정당구조를 깨지 않고는 음성적 자금에 의존하는 관행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며 중앙당 사무국을 과감하게 축소하고 지구당 조직을 폐지할 것을 촉구했다. 보고서는 또 생활보조비 병원비 차량구입비 등을 정치자금 규제대상에 포함시키고 벤처기업의 주식 제공 등의 방법으로 이뤄지는 위장기부 등을 규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토론에 나선 김현태(金炫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당국장은 “정치자금과 관련해 정치권이 항상 불안을 느끼고 있다”며 “정당이나 정치인이 정치자금법 위반 사실을 자진 신고한 경우에는 어느 정도 사면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함승희(咸承熙) 의원은 “영수증 처리를 했더라도 후원금 액수가 수천만∼수억원이 되면 뇌물성이나 로비성이 될 수밖에 없다”며 “정치자금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치인에게 돈을 바라는 일부 그릇된 유권자 의식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석중(金奭中)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는 정치자금 기부시 주주총회 승인제를 도입하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정치권과 행정부가 기업을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할 때 정치자금 기부 내용이 전부 공개된다면 기업이 야당에 돈을 줄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지구당조직을 폐지하자는 제안에 대해서는 “개인후원회가 활성화되고 지구당을 대체하는 사조직이 나올 것이다”(김현태 정당국장)는 반론도 제기됐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