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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탈출’선언 한달넘었는데…日경제 아직 허우적

입력 | 2002-06-18 18:52:00


《일본 경제가 바닥을 쳤다고 선언한 지 한달이 넘었지만 오히려 일본 증시는 죽을 쑤고 있다. 일본 정부는 각종 경제지표를 제시하며 경기회복에 ‘희망’이 보인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민간 경제연구소는 ‘반짝 회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일본 내각부가 17일 발표한 2∼4월 경기동향지수(50%를 넘으면 경기확대를 의미)에 따르면 △2월 54.5% △3월 68.2% △4월 80%로 3개월 연속 50%를 넘었다. 특히 2월에는 중소 제조업분야의 회복이 두드러져 경기가 전환국면에 들어섰다고 내각부는 해석했다.

또 같은 날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 경제재정담당상은 각의에 제출한 6월 월례 경제보고에서 “아직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저점을 통과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일본 정부가 지난달 중순 처음으로 ‘저점통과’를 공식 선언한 데 이어 올 1·4분기(1∼3월) 경제성장률이 1년 만에 플러스로 돌아서 1.4%를 기록하는 등 경기회복 기대감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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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카와 마사주로(鹽川正十郞) 재무상도 16일 캐나다 핼리팩스에서 열린 서방선진 7개국(G7)재무장관회담에서 “일본 경제가 오랜 하강 끝에 드디어 바닥을 쳤다”고 밝히는 등 일본경제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문제는 이러한 ‘바닥 탈출’ 선언에도 불구하고 일본 경제가 뚜렷한 상승곡선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폴 오닐 미국 재무장관은 G7 재무장관회담에서 “일본 정부가 올해는 0%, 내년에는 1%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지만 3%의 성장이 필요하다”며 “신속하고 실질적인 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로 도쿄증시의 닛케이 평균주가는 경기저점 통과선언 직후인 5월 23일 11,979.85엔으로 지난해 9·11테러 이전 수준을 한때 회복했으나 최근 다시 침체국면에 접어들면서10,000엔 선을 위협하고 있다. 닛케이 주가는 연속 4일 하락세를 보이다가 18일 기술적 반등으로 10,839.93엔을 기록했지만 시장의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이는 미국 증시의 하락과 외환시장의 엔고(高)추세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히지만 이렇다할 경기회복의 동력을 찾아보기 어렵고 일본정부의 정책에 대한 실망감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1·4분기의 플러스 성장도 국내경제의 회복이라기보다는 엔저(低)에 따른 수출증대 효과에 힘입은 것으로 자력회복의 대책을 마련하기 전에는 미국경제의 향방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것.

또 일본경제의 ‘뇌관’인 부실채권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인 데다가 내년 4월로 예정된 보통예금 전액보호제를 철폐하는 문제도 또다시 일본 경제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증시와 외국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구조개혁 노선이 갈수록 느슨해지고 있고 경제대책에는 절박감이 없어 투자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어두운 터널 끝에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한 경기회복의 빛을 일본 정부가 어떻게 살려나갈지 주목된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