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이탈리아의 월드컵축구 16강전이 열린 18일 국민 모두는 ‘붉은 악마’가 됐다.
전국은 아침부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붉은 티셔츠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시민들로 붉게 물들었다.
경찰은 이날 전국에서 400만여명의 축구팬이 거리에 나와 한국대표팀의 ‘8강 신화’를 기원하며 열띤 응원전을 펼친 것으로 집계했다.
부산에서는 그동안 아시아드 주경기장과 부산역광장 해운대백사장 등 3군데에서 단체 응원전이 펼쳐졌으나 이날은 사직야구장 구덕운동장 등이 추가돼 7군데의 대형전광판 앞에서 30여만명이 한국팀의 8강 진출을 기원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지역본부 진주시지부는 진주시청 앞 광장에 무대를 설치하고 경기시작 2시간 전부터 김경숙무용단의 공연과 댄싱팀의 댄싱시범, 붉은 악마 치어걸의 응원시범 등으로 응원열기를 더했다.
포항에서 울릉도까지 경북도내 곳곳에 설치된 대형전광판 앞에는 경기 시작 1∼2시간 전부터 시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해 응원분위기를 돋웠다. 이날 도내 34곳의 전광판 앞에는 모두 16만여명이 붉은 물결을 이뤘다.
광주의 상징인 동구 금남로 전남도청 앞 광장에도 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최대 인파인 5만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한국팀을 응원했다.
프로야구 광주지역 연고 구단인 기아 타이거즈의 김성한 감독과 이종범 선수는 전남도청 옆 광일빌딩 대형전광판을 통해 한국팀의 8강 진출을 기원하는 10초짜리 동영상 메시지를 전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경기도에서도 수원 종합운동장에 2만여명, 안양 평촌 중앙공원에 3만여명, 성남종합운동장에 2만5000여명 등 도내 63곳에서 모두 54만4000여명이 거리응원에 나섰다.
강원도에도 춘천시 삼천동 자동차 전용극장과 강원대 강당, 원주시 원주천 로아노크광장, 강릉시 임당동 문화의 거리, 속초시 종합운동장 등 18개시군 22개 장소에 모두 10만여명의 응원단이 모여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전국종합제주롯데호텔 하얏트호텔 제주신라호텔 등 제주 지역 관광호텔에서도 야외스크린이 설치돼 관광객과 직원들이 함께 어울려 응원전을 펼쳤고 음료 등이 할인 판매되거나 무료로 제공됐다.
제주시 탑동광장에 나온 좌모씨(34·여·제주시 연동)는 “다섯살인 둘째 딸이 ‘대∼한민국’ ‘오∼필승 코리아’를 외치는 것을 보고 도저히 집에 있을 수가 없었다”며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 찬 길거리 응원을 보는 자체가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다”고 말했다.
한편 울산 월드컵 경기장인 문수축구경기장에서 대형 전광판을 통해 이탈리아와의 경기를 관람하고 싶다는 시민들의 요구가 잇따랐으나 21일 독일과 미국전에 대비한 보안문제 등의 이유로 월드컵 안전통제본부가 개방불가 결정을 내려 시민들이 아쉬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