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조철환씨(43)의 쉬는 날 집안에서의 자세는 이렇다. 거실 테이블에 노트북 컴퓨터(PC)를 펼쳐놓고 TV 앞에 앉아 있다. 눈으로는 월드컵 경기며 드라마를 보는 틈틈이 인터넷으로는 뉴스나 메일을 검색한다. 필요할 경우 노트북 PC를 들고 이 방 저 방 옮겨다니며 작업도 한다.
그가 이렇게 편리하게 작업할 수 있는 것은 초고속 인터넷을 깔아둔 상태에서 최근 무선인터넷 시스템까지 완비했기 때문. 초고속 인터넷이 집안에 들어온 것은 오래됐지만 아무래도 서재 귀퉁이에 다소곳이 놓여 있는 PC만 이용하자니 성에 차지 않았다.
무선인터넷을 사용하도록 해뒀더니 너저분한 선도 없고, 침대에 누워서든 화장실에 앉아서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어 무척 편리하다. 인터넷 쇼핑몰을 자주 이용하는 아내나 게임 등으로 PC를 자주 쓰는 아이도 쉽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어 즐거워한다.
“예전에는 초고속 인터넷 업체에서 무선 랜을 연결해주는 서비스가 없었기 때문에 용산전자상가 등에서 무선 랜 접속장치(AP)를 사야 했습니다. 최근에는 이들 업체에서 서비스를 시작했기 때문에 아주 편리하게 설치할 수 있어요.”
회사에서 전용선(랜)에서 여러 가닥의 통신선을 빼내 여러 대의 PC를 이용하듯 가정에서도 멀티태스킹을 해보자. 더욱이 통신선을 빼내 바닥에 깔지 않고 선 없이 인터넷을 연결해 집의 미관도 해칠 필요가 없다.
▽설치하는 방법〓PC에 자신 있는 사람이라면 직접 나서본다.
가정에 일단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이나 케이블모뎀 등으로 초고속인터넷을 깔아둬야 한다.
용산전자상가 등지에서 AP와 무선 랜 카드를 사온다. 매뉴얼을 펼쳐놓고 데스크톱 PC에 AP 세팅작업을 한다. 노트북 PC에는 랜 카드를 넣고 랜 카드 제어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
AP는 중계장치인데 이동전화로 따지면 기지국과 같은 역할을 한다. PC의 데이터를 서로 전송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장치. AP가 있는 곳이 예컨대 방이라면, 방문을 닫아도 인터넷이 가능하다. 거실에서 인터넷을 쓰고자 할 때는 일부러 데스크톱 PC까지 켤 필요는 없다. AP만 켜면 작동하기 때문.
만일 PC에 자신이 없다면 KT(옛 한국통신), 하나로통신 등에서 제공하는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신청하면 된다. 사용자가 AP나 무선 랜 카드를 따로 살 필요가 없도록 임대해주는 대신 설치비와 사용료를 매달 받는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들 기기는 이용자 소유가 된다.
▽비용은 어느 정도〓전자 상가에서는 10만∼15만원 선에서 무선 랜 카드를 살 수 있다. 요즘에는 무선 랜 카드가 내장된 노트북PC와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도 나오기 때문에 굳이 따로 살 필요가 없는 경우도 있다. 노트북 PC를 사거나 바꿀 때는 자신이 어떤 용도로 쓸 것인지를 염두에 두는 게 비용을 줄일 수 있다. AP는 20만∼40만원선. 이렇게 개인적으로 설치하면 무선인터넷 서비스 이용료를 낼 필요가 없다.
그러나 초고속 인터넷 회사에 설치를 의뢰했으면 AP 설치비는 3만원 정도, 월 사용료는 4만∼5만원 정도 든다.
▽주의할 점〓무선인터넷 서비스는 아직 초기단계다. 서비스가 조금 불안정할 때도 있다.
특히 무선 랜의 사용 주파수대역(2.4㎓)은 전자레인지 주파수대역과 같아 가정에서는 전파 간섭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전자레인지를 쓸 때는 무선인터넷을 되도록 가까이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무선이라 보안에도 취약하다. 쉽게 정보가 새어나갈 위험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면 유선의 초고속 인터넷망으로도 충분하다. 다만 수시로 메일을 체크해야 하거나 작업장이 집안 여기저기에 나눠져 있다면 무선인터넷 서비스가 훨씬 효율적이다.
또 최근에는 길거리에서도 무선 랜 서비스를 많이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가정용으로 무선 랜 카드를 장착한 노트북 PC라도 길거리에서 인터넷을 할 수도 있다.
KT는 현재 동서울터미널, 지하철 2호선 신촌역 등 전국 1000여곳에 AP를 설치했다. KT는 연말까지 1만여곳으로 AP 설치 지역을 넓힐 계획이다.
하나로통신도 애니웨이(ANYWAY)를 통해 초고속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 올해 말까지 AP를 1만5000여곳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KT 유무선통합사업팀 조기주 부장은 “6월 들어 초고속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상용화한 이후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올해 말에는 가정에서 뿐만 아니라 전국 각 지역에서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