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에서 금융영업을 하는 정회권 팀장(41)은 명함에 회사 전화번호가 없다. 회사에 개인 책상이 없기 때문이다. 부하 직원들은 10명가량 있지만 이들의 얼굴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이른 아침에 한 시간 가량 볼 뿐이다.
그의 하루는 전국 25개로 나눠진 고객사를 방문해 최고기술경영자(CTO)나 SDS의 솔루션을 관리하는 담당자를 만나는 것으로 채워진다. 연간 단위로 재계약되는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기존 제품의 불만사항도 듣고 다른 부서에서 필요로 하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그 부서 사람도 만난다.
밤늦게까지 고객과 술자리를 가진 날이면 다음날은 ‘칼 시간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된다. 자율적으로 출퇴근 시간을 조절하고 업무연락은 휴대전화나 개인휴대단말기(PDA), 사내 인트라넷을 이용해 하면 된다. 혼자서 결정하고 관리하기 때문에 ‘움직이는 1인 사무실’이다.
삼성SDS는 전체 영업직원 460여명 가운데 35%인 160여명이 이같은 ‘모바일 오피스족(族)’이다. 이들은 개인용 책상과 전화기가 없는 대신 최신형 노트북 컴퓨터를 갖고 다닌다. 사내 연락은 전사(全社) 포털솔루션인 ‘에이큐브’로 확인한다.
1100명이나 되는 임직원들이 에이큐브가 깔린 PC를 통해 우편, 임직원 조회, 결재를 한다. 회사의 정책 변화나 직원들의 경조사도 모두 이를 통해 알게 된다. 이동 중에는 PDA나 휴대전화로 연락을 받는다. 급할 경우 엑셀이나 파워포인트같은 문서도 다운받는다.
이들은 일주일에 한 두 번 팀원들이 모여 회의를 할 때는 본사 11층에 마련된 ‘모바일 오피스 존(Zone)’에 모인다. 회의실 형태로 마련된 공용 테이블에서 1시간가량의 긴밀한 회의를 가지면 바로 고객들을 만나러 나간다.
각박한 현대사회생활의 상징일까? 그러나 이들 모바일 오피스족은 이런 생활에 만족하는 듯하다. 샐러리맨이면서도 사업가처럼 자기시간을 쪼개서 쓸 수 있는 사람들. 서류 작업에 얽매일 필요없이 가장 필요한 분야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입하는 사람들.
정 팀장은 “일부 외국인 회사도 모바일 오피스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우리는 완전히 개인책상까지 없앴다는 점에서 가장 앞선 것”이라며 “앞으로 대외 영업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대부분의 부서로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