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성단체들은 18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 여성의 불법적인 해외 송출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 여성인권 보호단체인 ‘열린 여성 라인(OWL)’ ‘엔젤 그룹’ 등 여성단체들은 “정부 내에 이 문제에 대처하는 전담 부서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제적인 범죄단체 등에 의해 조직적으로 해외로 팔려나간 러시아 여성들의 대부분이 여권을 뺏기고 감금과 구타가 일상화된 ‘노예상태’에서 매춘을 강요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올해에도 미국 국무부에 의해 ‘인신매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19개국 중 하나로 지목됐다.
▽‘해외매춘’ 연간 5만명〓수호천사연합의 발렌티나 고르차코바 사무총장은 “전세계적으로 70억∼120억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매춘 시장에서 러시아 등 구 소련 국가들이 가장 중요한 공급국으로 떠올랐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여성은 가장 비싸고 인기있는 상품이 됐다”고말했다. 인권단체들은 해마다 5만여명의 구 소련권 여성이 ‘성의 노예’로 해외로 팔려나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성들은 미국 유럽 중동 등 50여개국으로 팔려가고 있으며 한국 일본 중국도 이들 수입국 명단에 포함돼 있다. 중동 국가에서는 나타샤라는 러시아 여성 이름이 ‘창녀’라는 의미로 사용될 정도로 러시아 여성의 매춘이 광범위해졌으며 우크라이나에서는 12세 소녀가 해외로 팔려간 경우까지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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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매춘’ 증가 추세〓피해자들은 “신문 광고나 인터넷에서 ‘해외취업, 고임금, 경험 필요없음’ 등의 허위 광고를 보고 유모나 가정부 식당종업원 등의 일자리를 찾아 외국으로 나간 후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증언하고 있다.
고르차코바 사무총장은 수백개의 러시아 인력송출 회사가 이와 관련돼 있으며 95%의 해외 취업 광고는 허위라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 관영 ORT방송은 최근 러시아 여성의 해외 매춘을 다룬 특집 방송에서 “납치나 유괴가 아닌 자발적으로 외국행을 택하는 여성도 많다”고 지적했다. 실업과 빈곤이 일반화된 소도시와 농촌의 젊은 여성들은 일자리를 구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스스로 해외 매춘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문제를 연구하는 단체인 ‘여성과 개발’의 갈리나 실라스테 총재는 사회 전체적으로 도덕성이 붕괴되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돈을 벌면 된다는 의식이 확산되면서 젊은 여성들이 희생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성 해외 인신매매는 단순히 단속 강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실업과 빈부격차 등 러시아가 안고 있는 모든 사회 문제를 총체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러시아의 고민이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김기현기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