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약이 될까, 독이 될까.
22일 오후 3시반 광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스페인과의 8강전은 양팀 모두에게 익숙지 않은 여름 길목의 무더위 속에서 펼쳐지는 낮 경기. 한국은 그동안 치른 4경기 중에서 10일 미국과의 대구 경기가 유일한 낮 경기였으며 스페인은 지난 4번의 경기 모두를 야간에만 치러 한낮의 무더위가 경기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상청은 19일 “경기가 열리는 22일 광주는 구름이 많이 끼고 낮 최고기온이 29∼30도에 이르고 장마를 앞두고 습도가 높아 선수들이 뛰기에는 상당히 힘든 후덥지근한 날씨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과 스페인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체력전’을 펼쳐야할 전망. 또 흐트러지지 않는 집중력으로 경기를 주도하는 ‘정신력’도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관련기사▼
- 24일부터 본격 장마…4강 경기부터 '수중전' 예상
한국팀의 체력은 그동안 네 경기에서 충분히 보여줬듯이 이번 월드컵 본선에 나온 32개국중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
그러나 낮경기로 치른 10일 미국전에서는 무더운 날씨 탓에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미드필드에서의 압박이 느슨해졌고 미국에게 여러차례 결정적인 역습을 허용했다. 또 후반들어 체력 소모가 심해지면서 미국의 빠른 측면 돌파를 따라잡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게다가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시작한 합숙 훈련이 벌써 두달 가까이 계속된데다가 한번에 1∼3㎏씩 체중이 주는 격렬한 경기를 3∼4일 간격으로 치러왔기 때문에 한국의 최대 무기인 체력을 장담만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스페인도 어렵긴 마찬가지. 그동안 스페인이 치른 경기를 보면 체력적인 문제점을 노출시키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체력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경기도 없었다.
다만 스페인은 그동안 4경기에서 기록한 10골중에서 전반에 4골, 후반에 6골을 기록해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전에 집중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수비 진영의 핵심인 이에로와 나달이 각각 34세, 36세로 체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 최대 약점. 스페인은 남아공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체력 부담을 고려해 이에로를 출전시키지 않았고 나달은 아일랜드와의 16강전에서 쉬게 했다.
전통적으로 4-4-2 포메이션을 구사하는 스페인은 그동안 경기에서도 자주 오프사이드 트랩을 사용하면서 수비수들의 체력 소모를 줄였고 라울과 모리엔테스와 같은 젊은 공격수들이 적극적으로 미드필드 수비에 가담해 상대 진영을 압박하는 작전을 써왔다.
결국 한국이 이탈리아와 포르투갈전에서 보여줬던 체력을 앞세워 끊임없는 압박으로 미드필드를 장악할 수 있느냐가 승부를 결정짓는 관건이 될 전망이다.
대전〓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