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 The Reds’라고 쓰인 붉은 색 티셔츠가 국민적 응원복장이 되면서 우리 사회에서 ‘레드’에 대한 금기가 풀렸다는니 어쨌다느니 난리다.
그러나 언제 우리 사회가 컬러로서의 ‘레드’를 금기시한 적이 있었나.
본래 ‘The Reds’, ‘The Blues’ 등과 같은 용어는 축구 뿐만 아니라 모든 구기종목에서 애칭으로 쓰이는 말이다. 흔히 붉은 색 유니폼을 입은 팀은 ‘The Reds’, 푸른 색 유니폼을 입은 팀은 ‘The Blues’라 불린다. 붉은 유니폼은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리버풀팀이 유명하다. 진정한 축구팬들은 ‘The Reds’라면 리버풀팀을 떠올린다. 푸른 유니폼은 프랑스 대표팀과 이탈리아 대표팀이 유명하다. 프랑스 대표팀은 ‘The Blues’의 불어에 해당하는 ‘Les Bleus’, 이탈리아 대표팀은 ‘The Blues’의 이탈리아어에 해당하는 ‘Gli Azzurri’라 불린다.
상당수 국가의 축구대표팀은 자국 국기와 같은 색깔의 유니폼을 입는다. 프랑스 대표팀은 푸른 색 상의에 흰색 팬츠, 빨간 스타킹을 신어 국기인 삼색기를 나타낸다. 우리나라는 태극기를 따라 붉은 상의에 푸른 팬츠를 입는다. 붉은 악마 응원단이 붉은 색 옷을 입게 된 것은 응원단은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 상의를 따라 입는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거기에 흔히 말하는 이념적인 색깔론의 ‘레드’라는 개념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그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단순한 응원의 원칙이다.
우리나라는 컬러로서의 ‘레드’를 금기시한 적이 없다. 만약 그랬다면 우리나라 대표 선수팀의 유니폼이 붉은 색이 됐을 리가 없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붉은 악마’란 이름을 얻은 것이 잘 알다시피 1983년 박종환 감독이 청소년 대표팀을 이끌어 멕시코에서 4강에 올랐을 때이고 그 때는 육군사관학교 골키퍼 출신의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TV를 보면서 직접 축구 작전 지시를 한다느니 어떻다느니 하던 때다.
게다가 한국 대표팀 유니폼의 붉은 색은 태극기에서 온 것이다. 관공서마다 걸려 있는 태극기에는 붉은 색이 있다. 박정희 때도 그랬고 이승만 때도 그랬고 저 멀리 구한말에도 그랬다. 붉은 색은 우리 민족이 전통적으로 써왔던 오방색(五方色)의 하나였고 국왕이 입던 홍포(紅袍)의 색깔이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