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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운교수의 여가클리닉]강물 견지낚시 '중년' 달랠 놀이

입력 | 2002-06-20 16:26:00


Q : 전주에 사는 강웅경이라고 합니다. 요즘 머리가 슬슬 허전해지기 시작하면서 중년의 나이가 피부로 느껴집니다. 이젠 건강을 위해 운동도 해야겠고 무언가 재미있는 일을 찾아야 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워낙 몸 움직이기를 싫어하는 체질이라 마땅한 취미거리를 찾아내기가 힘듭니다. 운동도 되고 재미도 있는 놀이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A : 학창시절 시간만 나면 운동장에서 공차는 친구들이 있었지요. 쉬는 시간 10분 동안도 참지 못하고 복도에서 짬뽕공(그 때는 정구공을 그렇게 불렀습니다)을 차다가 선생님에게 한대씩 쥐어 박히고 들어온 그 친구들의 땀 냄새는 점심시간의 김치냄새와 함께 콩나물교실의 한 귀퉁이에 언제나 고여 있었어요. 틈나는 대로 평행봉이나 아령으로 알통을 단련시키던 그 친구들은 땀이 조금만 흘러도 옷을 벗어 젖혔습니다. 무슨 무슨 파, 역도부, 야구방망이, 자전거체인 등과 관련된 이 친구들의 소문은 교실 앞쪽의 소심한 ‘범생이’들에겐 한마디로 경외스러움 그 자체였어요.

졸업 20, 30년이 지난 후 만난 그 친구들은 이상하게도 그 때처럼 큰 키와 튼튼한 어깨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대충 빠진 머리, 어느 정도 나온 배, 그때를 기억하며 부려보는 허세가 서로 안쓰러운 중년이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이정재나 차인표의 몸매를 따라갈 수 없는 중년의 나이에 수컷의 냄새를 풍기려는 근육운동이 그다지 바람직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음의 평안함이 우선이고 일정한 신체 움직임이 동반된다면 충분하지 않겠어요?

웅경씨! 견지낚시를 해보시죠. 서양에는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나왔던 플라이 낚시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견지낚시가 있어요. 흐르는 여울에서 발을 물에 담그고 하는 방법은 비슷하지만 우리의 견지낚시가 훨씬 효율적입니다. 파리채 같은 낚싯대를 조금씩 채면서 낚싯줄을 풀어주는 방법으로 손바닥 크기만한 피라미부터 50∼60㎝의 누치와 같은 큰 고기까지 낚을 수 있습니다.

고기가 저항하는 그 손맛을 몇 십 m를 끌어오며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견지낚시의 쾌감은 다른 낚시와는 비교가 안 됩니다. 게다가 맑은 개울물에 허벅지까지 몸을 담그고 주위의 경치를 즐기며 낚싯대를 흔들다 보면 정말 영혼이 맑아지는 느낌이 듭니다. 견지닷컴(gyeonji.com)에 아주 상세한 설명이 있어요. 아내와 아이들도 아주 쉽게 배울 수 있고 장비도 매우 간단합니다.

운동이 부담스러운 중년에 꼭 해볼 만한 놀이입니다. 몸에도 좋고 재미도 있습니다. 아주 작은 피라미도 낚싯대가 휘청휘청 휘는 모양이 마치 고래를 잡아 당기는 것 같다니까요! 세상에 못 믿을 말이 어설픈 낚시꾼의 ‘뻥’이라지만 이 말은 정말입니다. 게다가 깻잎에 싸서 튀겨먹는 피라미의 그 맛은 조금씩 빠지는 머리의 허전함을 잊기에 충분합니다.

www.leisure-studi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