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이 아들 현철(賢哲)씨의 8·8 마산합포 재선거 출마를 위해 한나라당 측에 공천을 요구하고 있다는 보도다. 김 전 대통령은 상도동을 방문한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대표에게 “당신들이 책임져야 한다”며 현철씨에 대한 한나라당 공천문제를 거론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실정치에 계속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는 김 전 대통령의 자세가 국민에게 좋게 비치지 않는다는 점을 기회 있을 때마다 지적해 왔다. 전직 대통령이라면 좀 더 초연한 자세로 국가의 장래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김 전 대통령은 여기에 더해 한나라당에 아들의 공천까지 책임지라고 압박한다니 정말 보기에 민망하다.
전직 대통령이 아들의 공천을 위해 특정 정당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그것은 건전한 정당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에는 하향식 밀실공천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상향식 공천 ‘바람’도 일고 있다. 과거처럼 ‘검은 거래’나 담합을 통해 후보를 선정하는 행태는 버려야 할 때다.
특히 현철씨는 5년 전 대통령의 아들로서 저지른 비리 때문에 구속까지 됐던 사람이다. 비록 지금은 피선거권이 완전히 회복되어 국회의원 출마에 아무런 결격사유가 없고 출마는 현철씨 개인의 자유에 속하는 문제라 해도 자중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모습일 것이다. 현직 대통령의 아들 두 명도 여러 가지 비리에 연루되어 국민의 따가운 비판을 받고 있는 시점 아닌가. 이 마당에 현철씨가 자신의 과거 행적에 대한 심판을 다시 받겠다며 특정정당의 공천을 받아 출마한다면 그 정당의 이미지도 말이 아니겠지만 그것을 지켜보는 유권자의 심정도 결코 개운치 않을 것이다.
한나라당 측은 그래서 현철씨의 공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내부 결론을 내린 모양이다. 결론이 그렇게 내려졌는데도 김 전 대통령 측의 반발이나 요구에 흔들린다면 오히려 원내 제1당의 모습이 우습게 된다. 한나라당은 의연한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