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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치않은 ‘중도포럼’…“재신임 수용 못한다” 반발

입력 | 2002-06-20 18:37:00


민주당 내 최대 지구당위원장 모임인 중도개혁포럼(회장 정균환·鄭均桓 의원)의 20일 모임에서의 토론 내용을 둘러싼 혼선은 최고위원회의와 당무회의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 및 지도부에 대한 재신임 의결에도 불구하고 당론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날 중개포 모임에서의 토론은 당내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인제(李仁濟) 후보 측 캠프에 참여했던 의원들이 초반 분위기를 주도했다. 그러나 모임을 마친 뒤 이 모임의 대변인격인 박병석(朴炳錫) 의원과 정 회장이 전한 토론 분위기와 해석은 다소 달랐다.

박 의원은 “다수가 노 후보와 지도부의 즉각 사퇴를 주장했고 8·8 재·보선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은 소수였다”고 말했다. 반면 정 회장은 “후보와 지도부가 사퇴한 뒤 재신임을 받았어야 했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는 절차상의 문제 제기였다”고 말했다.

또 박 의원은 “민주정당에는 많은 의견이 있는 만큼 앞으로도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다”고 말했지만 정 회장은 “당에서 대책을 세운 만큼 중개포가 나서 후보 사퇴 등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류에 가까운 쇄신연대 소속 이호웅(李浩雄) 의원도 “참석자 상당수가 흥분된 어조로 ‘후보와 지도부 재신임이란 미봉책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해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음을 시사했다. 참석자들 중에는 “당이 이렇게 빨리 재신임문제를 마무리지을 줄 몰랐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이날 중개포 측은 “앞으로 회원 정비 및 확대를 병행하며 정치세력화해나가겠다”고 밝혔으나 당장 조직적인 행동을 벌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 회원은 “지금 당장 노 후보와 지도부 사퇴를 주장할 경우 당이 깨질 수밖에 없지 않느냐. 당분간 당권파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하면서 8·8 재·보선 결과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집단행동보다는 사안별로 시시비비를 가리고 나서겠다는 얘기였다.

중개포가 ‘결의’ 대신 ‘다수 의견’이라는 형태로 자신들의 의견을 밝힌 것도 즉각적인 집단행동이 몰고 올 부담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한편 노 후보는 이날 포럼의 회의 내용을 보고 받고 다소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일부 쇄신파 의원들은 중개포의 모임 분위기를 전해듣고 노 후보에게 “당분간 당내 불만 세력을 자극하지 않도록 하는 게 좋겠다”고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